시장은 공부하는 자리가 아니다
지난 7월 1일 민선 8기 후반기 서귀포시장 임기를 시작한 오순문 시장의 최근 행보가 관심이다. 오순문 서귀포시장은 행정고시에 합격한 이후 교육과학기술부 교직발전기획과장, 강원대학교 사무국장, 제주도교육청 부교육감을 역임하는 등 지난 4월 30일 명예 퇴임할 때까지 교육 분야에서 경험이 풍부한 ‘교육 베테랑’이란 평가를 받는다.
오순문 서귀포시장은 취임하면서 ‘교육과 문화로 미래를 여는 희망의 서귀포시’를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하지만 임기 5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오 시장의 행보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교육과 문화를 강조하던 오순문 서귀포시장은 취임 이후 줄곧 ‘서귀포 경제의 핵심인 감귤 등 1차 산업에 관심이 없다’는 지적을 받았던 것도 사실이다. 서귀포 지역은 대한민국 감귤 주산지다. 마늘, 월동무 등 밭작물과 화훼, 어업 등 1차 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 지역이다. 그만큼 서귀포 지역에서는 1차 산업에 대한 중요도와 시민의 관심은 클 수밖에 없다.
교육과 문화를 강조하던 오순문 시장은 이런 주변 평가를 의식했는지 모르겠지만 최근 들어 1차 산업과 관련한 현장 방문이 잦아지고 있다. 지난달 29일 경기도 고양시 농협하나로마트 고양점에서 열린 감귤 판촉 행사에 참석해 감귤을 홍보했다. 지난 2일에는 남원읍 하례리 감귤 농장을 찾아 외국인 공공형 계절근로자, 감귤 농가 등의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 올해산 노지감귤이 본격적으로 출하됨에 따라 이뤄진 서귀포시장의 행보라고 볼 수도 있다.
서귀포시장의 행보 변화에 대한 긍정 평가 목소리가 들리고 있다. 최근 시장의 행보가 정책 변화를 의미하는 것인지, 시민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한 것인지는 나중에 평가받을 것이다.
서귀포시장은 1차 산업에만 집중하고, 1차 산업만 육성해야 한다는 주장은 심도 있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 서귀포는 상대적으로 1차 산업 비중이 큰 지역이지만, 그렇다고 2차, 3차 산업이 무시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
교육과 문화도 서귀포시를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다. 2년 임기 시장이 모든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기에는 한계가 있다. 어떤 시장은 감귤을, 어떤 시장은 관광을, 어떤 시장은 문화를, 어떤 시장은 교육을 각각 다져놓는다면 시간이 지난 후에 서귀포시는 살기 좋은 도시가 돼 있을 것이다.
시장은 연습하고, 공부하는 자리가 아니다. 결과를 보여줘야 한다. 수학을 못 하는 학생은 사교육을 받으면서라도 모자란 부분을 공부한다. 하지만 서귀포시장은 자기가 모르는 분야 대신, 잘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해 짧은 임기에 최대 효과를 내야 한다.
오순문 서귀포시장은 본인은 물론, 주변에서도 ‘교육 전문가’란 평가를 받고 있다. 오 시장이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는 교육일 것이다. 1차 산업은 서귀포시 공무원이 오 시장보다 더 나을 것이다. 자신이 잘 모르는 분야는 전적으로 해당 분야 전문가인 공무원을 믿고, 그들이 시민 의견을 수렴해 기획하고, 추진하는 일에 힘을 실어주면 된다. 오 시장이 교육과 문화를 다져 놓는다면 서귀포시는 더 다양한 사회가 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