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편성보다 집행이 중요하다

2024-12-24     서귀포신문

오순문 서귀포시장이 최근 서귀포시청 기자실에서 브리핑을 열고 ‘내년 예산 확정에 따른 서귀포 시민께 드리는 말씀’을 통해 내년 서귀포시 예산을 설명했다. 예산은 시정 운영 방향 등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 가운데 하나다. 서귀포시가 어떤 분야에 집중적으로 예산을 투입하는지를 보면 서귀포시가 내년에 서귀포시를 어느 방향으로 끌고 갈지 알 수 있다.

예산은 서귀포시 행정의 방향을 알 수 있는 지표인 동시에 행정 의존도가 큰 서귀포 지역 경제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내년 서귀포시 예산은 1조2000억원이 넘는다. 2021년 기준 서귀포 지역내총생산(명목)은 5조5061억원이다. 2021년 기준 서귀포 지역내총생산을 기준으로 하면 2025년 서귀포 예산은 서귀포 지역총생산 규모의 22% 가량을 차지한다. 서귀포시 예산은 인건비든, 도로 개설비든, 기관 및 단체 지원비용이든 사실상 전부 서귀포 지역에서 사용되는 돈이다.

예산이 서귀포 지역 경제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는 만큼 예산은 편성 과정부터 집행까지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제주도의회가 최근 의결한 ‘2024년 제2회 제주특별자치도 추가경정예산안’을 보면 서귀포시가 편성하고서도 집행하지 않은 예산이 상당하다. 올해 편성한 예산을 올해 연말까지 지출하지 못하고, 그 취지를 밝혀 지방의회 의결을 얻어 다음 해로 넘기는 예산은 명시이월 예산이다. 올해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에 올해 예산을 내년으로 넘기겠다는 서귀포시의 명시이월 예산 규모는 109개 사업에 697억1400만원이다. 2024년 전체 예산의 5.1%를 차지했다. 서귀포시의 명시이월률은 제주도 2.4%, 제주시 4.0%보다 높은 수준이다. 예산을 편성하고도 단 한 푼도 사용하지 못한 집행률 0%인 사업비 전액 명시이월 사업도 서귀포시는 21개 사업에 132억1200만원이다.

예산 3000만원 이상 사업 가운데 사업비를 전액 삭감한 서귀포시 사업도 6개 사업에 20억8000만원에 달한다. 물론 명시이월이나, 사업비 전액 삭감은 사업계획 변경, 지급 사유 미발생, 중앙부처 지침 미확정 및 계획 변경, 보조 사업자 사업 포기 등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1년 동안 예산을 편성하고도 일부 또는 전액을 집행하지 않는 것은 행정의 직무 유기나 다름없다.

내년 서귀포시 예산은 본예산 기준으로 2024년 1조2394억원보다 111억원(0.9%) 늘어난 1조2505억원이다. 표면적으로는 올해보다 내년 예산이 111억원 증가했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오히려 올해보다 줄었다는 것이 중론이다. 오순문 서귀포시장도 “전체적인 내년 예산 규모는 올해와 비슷하지만, 인건비(100억원 증가) 등 경직성 경비가 늘어남에 따라 실질적인 사업 예산은 감소한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대내외적인 영향 등으로 예산이 감소한 것은 행정시인 서귀포시가 해결하기는 버거울 것이다. 하지만 예산을 제대로 집행하지 못한다면 시민의 따가운 질타를 받을 것이다. 사실상 예산이 감소한 만큼 더 철저하고, 신속하게 집행해야 행정 예산이 지역 경제에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