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소통하며 나를 성장시키는 시간
30여년 역사의 독서 동아리 서귀포 지역 여성으로 구성 글로 이어가는 독서의 가치 책과 함께하는 행복과 성장
“어딜 가서 책 이야기를 이렇게 마음 놓고 하겠어요. 이곳 독서회라서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시간은 199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주부 17명으로 구성된 서귀포도서관 독서동아리 ‘보람독서회’가 탄생했다.
서귀포도서관은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 산하 기관으로 1964년 개관해 60년을 넘겼다. 환갑을 맞이한 서귀포도서관의 최초 독서 동아리인 보람독서회도 어느덧 30여 년의 역사를 쌓았다.
‘책’이라는 매개체로 소통하며 행복을 느끼는 다양한 연령대의 여성들이 모여 활동한다. 동아리 활동 당시 학령기 자녀를 키우던 회원은 이제 손주의 손을 잡고 도서관을 방문한다.
서로 다른 직업과 연령대를 가진 이들이 강산이 세 번 변하는 긴 세월 동안 동아리를 꾸준히 유지해 왔다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회원 간의 끈끈한 유대감 없이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현재 ‘보람독서회’는 서귀포시에 거주하는 성인 여성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2024년 기준으로 13명의 회원이 활동 중이다. 4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주부, 직장인, 독신 여성들이 매월 1회 정기 모임을 한다.
정기 모임에서는 독서 감상 나누기, 문학작품 토론, 문화 강좌 수강, 문학기행, 문화 탐방, 도서관 행사 자원봉사, 1년간의 작품집 ‘글내음’ 발간 등의 활동을 이어간다. 이 활동들은 독서를 통한 건전한 여가 활용과 정서 함양을 도모하며, 회원 간의 우의를 다지고 자기 계발에도 기여한다.
1995년부터 독서회 활동을 시작한 김미향 씨(63)는 현재까지 활발히 활동 중인 터줏대감이다. 그는 ‘글내음 제30호’를 통해 “독서회와 책과 함께한 세월 동안 즐겁고 보람된 일들이 많았다. 유명 작가의 정신을 배우기 위해 떠난 문학기행, 문집 발간을 위해 노력했던 일, 매월 책을 읽고 토론하며 행복했던 시간, 훌륭한 강의를 들으며 배운 것들이 모두 소중한 추억으로 남아 있다”라고 밝혔다.
또한, “독서회를 통해 편협했던 독서 습관을 바꿀 수 있었고, 독서를 통해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졌으며, 삶 자체가 변화했다.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혜택을 누렸다”고 전했다.
한 달에 한 번 모이는 독서회에서는 회원들이 각자 3분 연설로 책 이야기, 영화 감상평, 직장 생활의 애환, 육아의 어려움, 시댁과의 관계 등 일상적인 주제를 자유롭게 풀어놓는다. 어디서도 하지 못한 이야기를 털어놓으며 마음의 답답함을 해소하고, 다른 회원들은 이를 경청한다. 이 시간은 회원들에게 마음을 다독이는 소중한 기회다.
또한, 정해진 책 한 권을 읽고 감상을 나눈다. 거창할 필요는 없다. 책을 읽고 생각을 글로 정리하며, 다른 이들의 의견을 듣고 공유하면서 서로의 생각을 키워간다.
1년간의 활동 끝에는 연말에 문집 ‘글내음’ 발간을 준비한다. 책 읽기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글쓰기로 이어지는 과정이다. 회원들은 기본적으로 3편 이상의 작품을 제출하며, 시·시조, 산문, 기행문, 독후감 등 장르의 제한 없이 창작한다. 읽고, 생각하고, 쓰는 과정을 통해 회원들은 성장의 발판을 마련한다.
2023년부터 2년간 회장을 역임한 18대 문선영 회장은 “2011년부터 독서회 활동을 시작했다. 당시 육아와 경력 단절, 시댁과의 관계로 어려움을 겪던 시기였고, 자아존중감 회복이 절실했다. 그런 내게 독서회는 마음의 치유와 내적 성장의 기반이 되었다”고 회상했다.
문 회장은 “독서회의 연간 가장 중요한 사업은 문집 ‘글내음’ 발간이다. 매년 꾸준히 글을 쓰다 보니 이제는 글 쓰는 생활이 익숙해졌다. 문집이 나오면 시부모님께 자랑도 한다. 가족과 지인들이 나를 멋진 사람이라고 인정해 줄 때 뿌듯함이 밀려온다”고 말했다.
그는 “보람독서회는 회원들 간의 소통이 잘 이루어진다. 장수 회원 두 분이 중심을 잡아주시고, 회원들이 서로를 배려하며 공감과 책임감을 바탕으로 동아리가 유지되고 있다. 앞으로도 회원 개개인이 주인의식을 갖고 지속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책’이라는 소재로 소통하고 나누며 배려하는 삶 속에서 자기 성장을 이뤄가는 모임. 보람독서회가 서귀포 지역에서 100년의 역사를 이어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