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그대는 어땠나요?’ 아이와 어른이 함께 만든 그림책

서부복지관 2019년부터 시작 어른의 이야기와 아이의 그림 지역 내 세대 간 교감 나누기

2025-02-19     설윤숙

할머니가 어렸을 때는 말이야, 동네 친구들과 함께 이렇게 하고 놀았지

할머니 무릎에 누워 도란도란 옛날이야기를 듣던 풍경이 이제는 보기 어려워졌다.

세대 간 교감을 회복하기 위한 그림책 만들기사업이 시작됐다.

서귀포시서부종합사회복지관(관장 석건)은 최근 마을 어르신의 이야기를 담은 그림책 그때, 그대는 어땠나요’ 7집을 출판하며 안덕면에 위치한 더리트리브 카페에서 출판 기념식을 열었다.

출판 기념식.

이날 기념식에는 그림책 이야기의 주인공인 현상종, 강옥순, 오봉언 어르신과 글·그림 작가로 참여한 김강민(11, 대정초등학교), 현승관 (11, 안덕초등학교) 학생이 참석해 소감을 나누며 책 출간을 축하했다.

이번 그림책은 복지관과 인연을 맺은 지역 초등학생과 어르신이 만나 지난해 9월부터 4개월간 협력해 제작됐다. 아이들은 어르신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글과 그림을 만들었으며, 지역의 제주어를 잘 아는 어르신께 감수받아 책이 완성됐다.

서부종합사회복지관의 마을 그림책 만들기 사업은 2019년 시작되어 매해 1권씩 출간되고 있다. 대정여고, 대정중, 대정초, 안덕초 등 지역 청소년과 어르신들이 함께 작업해왔다. 어르신은 이야기꾼으로 청소년은 글과 그림을 정리하며 책 만드는 작업을 한다.

출간된 책은 7, 8살 그 당시 어린이가 경험한 4·3이야기, 맏이로서 열 명의 동생을 길렀던 이야기, 해녀 이야기, 이정표가 없던 시절 풀 뭉치를 돌 사이에 끼워 두어 길을 찾아 되돌아오던 지혜를 전해준 할머니, 옛날 옛적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어린 시절 놀이 등 어르신들의 지혜로운 이야기이자 누구나 알고 있지만 지금은 잊혀가는 소소한 삶의 기록을 담고 있다.

김진혁 사회사업팀 과장은 이 사업을 통해 지역 주민이 서로 관계를 맺고 어울려 살아가며 돕고 나누는 관계 맺기의 역할을 한다책 만들기에 참여했던 어르신들이 이제는 내가 쓸모없는 줄 알았는데, 내가 할 수 있는 게 있구나 하셨던 말씀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어르신들의 자기 세우기에도 기여해 자신의 가치를 재발견하는 계기도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7년간 지속된 이 사업은 제주의 정서와 문화를 담은 책을 통해 사람들에게 따뜻함을 전하는 매개체로 자리 잡았다.

김 과장은 앞으로 더 많은 마을 아이가 어르신의 이야기를 전하고, 세대 간의 관계를 확장하는 데 기여할 수 있길 바란다라고 전했다.

책 만들기 과정에 참여한 현승관, 김강민 학생. 

할머니, 할아버지가 어렸을 적에 무엇을 하고 놀았는지, 옛날 생활은 어땠는지 이야기를 들으며 재미있었다. 주냉이(지네), , 촐래(반찬)와 같은 처음 듣는 제주어도 배우게 됐다

그림책 만들기 작업은 제주에서 태어났지만, 제주어가 익숙하지 않은 아이들에게 자연스레 제주어를 배우는 계기도 됐다.

7집 그림책 만들기에 참여한 김강민, 현승관 학생은 어르신들의 이야기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이야기로 눌에 숨어 숨바꼭질했던 그 시절 이야기를 꼽았다.

이전에 현장 체험 학습을 갔을 때 눌을 본 적이 있는데, 그때는 그게 무엇인지 몰랐다. 할아버지 이야기를 들으며 소의 먹이인 볏짚을 쌓아둔 것이 눌이란 것을 알았다. 할아버지 이야기를 들으면서 눌에 숨었는데, 혹시 소가 와서 눌을 먹으면 어떡하지하는 걱정도 슬그머니 들었다라고 인터뷰 당시 소감을 전했다.

책을 만든 아들이 너무 자랑스럽다고 말해주는 가족 덕분에 작가라서 뿌듯했다고 말하는 두 친구는 기회가 된다면 또 책을 만들고 싶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