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여년 전 허탈감 다시 줄 건가

2025-03-19     서귀포신문

지난해 제주대 글로벌 서귀포캠퍼스가 서귀포 시민의 관심을 끌었다. 교육부가 2023년부터 추진하고 있는 ‘글로컬대학’으로 지정받기 위해 제주대가 서귀포캠퍼스 구축 방안 검토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40여년만에 서귀포에 제주대 캠퍼스가 돌아올 가능성이 커지면서 서귀포 지역은 들썩였다.

제주대학교 70년사를 보면 40여년 전 서귀포 시민은 2만여평의 부지를 기부하고, 6만여평의 부지를 헐값에 내놓으면서 제주대 농·수산학부 서귀포 이전을 이뤄냈다. 그러나 제주대는 종합대학으로 지정받기 위해 서귀포 캠퍼스를 설치한 지 15년 만인 1979년 12월 15일 농학부와 수산학부를 통합 아라캠퍼스로 옮겼다. 당시 서귀포와 남제주군 시민은 실망감을 드러냈다. 농·수산학부를 제주시로 옮길 경우 기부채납했던 토지를 되찾아와 사립 농과대학교를 설립해야 한다는 요구까지 서귀포 지역에서 나왔던 것으로 제주대학교 70년사는 기록하고 있다.

40여년이 흐른 지난해에는 제주대학교가 정부가 추진하는 ‘글로컬대학’ 지정을 위해 서귀포 캠퍼스를 조성하는 방안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일환 제주대학교 총장은 지난해 6월 27일 서귀포시상공회가 주최한 ‘제30차 서귀포시 경제와 관광 CEO 포럼’에서 제주대학교 글로벌 서귀포캠퍼스 구축 타당성 검토 계획 및 운영 방안 등 설명했다. 김일환 총장은 “제주대학에 입학하는 1학년 학생은 서귀포에서 1년 동안 공부하고, 2학년에 진학하면서 아라동 캠퍼스로 가는 구상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글로벌 서귀포캠퍼스 구축 및 사라캠퍼스 구체적 활용 방안을 위한 연구용역이 마무리됐다. 제주대는 용역 결과는 내부 검토 사항으로, 외부에 알려줄 수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서귀포시도 서귀포캠퍼스 유치 등을 위해 임시로 조직한 TF의 활동을 사실상 중단했다. 제주도 역시 제주대만 바라보는 상황이다. 제주도는 “제주대가 아이디어 수준으로 연구한 것이라고 전한 단계”라며 “2025년 교육부의 ‘글로컬대학 30’ 사업과 연계해 제주대 전체 그림을 그리는 시기로 알고 있다”라고 전했다.

제주대가 글로벌 서귀포캠퍼스를 구축하기에 앞서 학생과 교직원, 동문 등을 설득해야 하고, 재정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쉽지 않은 일이다. 제주도와 서귀포시 등 행정과 제주도민과 서귀포 시민 등 지역 사회의 관심과 지원이 뒷받침돼야 가능한 일이다.

40여년 전 서귀포 시민은 삶의 터전까지 내놓으면서 서귀포 발전과 인재 양성을 염원했다. 이번 제주대학교의 글로벌 서귀포캠퍼스 구축 계획은 서귀포 시민에게는 ‘희망 고문’이다. 제주대가 정부의 글로컬 대학 30에 선정되고, 동북아의 중심 대학으로 서서 서귀포 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글로벌 서귀포캠퍼스 조성 계획은 ‘안 되면 말고’ 식으로 대처할 사안이 아니다. 서귀포 시민은 40여년 전에도 실망했다. 제주대는 연구 결과를 조속히 공개하고 지역과 소통해야 하며, 제주도와 서귀포시는 지원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