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 아래 펼쳐진 ‘지붕없는 도서관’…시민들 ‘만끽’
걸매생태공원에서 2번째 행사 주민 참여 예산으로 기획 시작 북큐레이션 등 이색 경험 선사
서귀포시의 ‘지붕없는 도서관’이 책과 함께하는 일상 속 행복을 전했다.
“서귀포는 여러분의 것, 이 햇빛과 그늘도 여러분의 것, 인생도 여러분의 것”이라는 나태주 시인의 말에 강연을 듣던 시민들의 얼굴에 잔잔한 미소가 번졌다.
지난달 22일 걸매생태공원에서 서귀포시 도서관운영사무소가 주최하는 ‘지붕없는 도서관’의 두 번째 행사가 성공적으로 개최됐다.
‘지붕없는 도서관’은 기존 도서관의 물리적 한계를 넘어 시민들의 일상 속으로 책을 가져가는 이색 프로젝트로, 주민참여예산을 통해 탄생했다. 지난 3월 8일 정모시쉼터에서 첫 행사를 시작으로, ‘계절서가, 책과 함께 쌓이는 일상의 행복’이라는 슬로건 아래 오는 11월까지 월 1~2회 진행될 예정이다.
이 사업은 서귀포의 다양한 공간에서 책을 매개로 소소한 행복을 찾도록 하는 취지를 담고 있으며, 서귀포 시민뿐 아니라 관광객들도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다.
“서귀포시는 도시공원이 잘 조성되어 있다는 점에 주목해 계속 생각만 하고 있다가 뜻을 알아주는 시민들이 제안해주셔서 주민참여예산으로 기획하게 됐습니다.” 이은숙 도서관운영사무소 주무관은 프로젝트의 시작을 이렇게 설명했다.
첫 행사는 정모시쉼터에서 듀오 ‘솔솔’의 노래와 그림책 공연, 김장성 그림책 작가의 ‘새로운 시작, 새로운 꿈’ 주제 강연으로 채워졌다. 체험 프로그램으로는 누름꽃과 문장으로 꾸민 아크릴 책갈피 만들기, 꽃차 시음 등이 마련됐다.
22일에는 서귀포유채꽃걷기대회와 연계해 걸매생태공원에서 두 번째 행사가 열렸다. 이날은 나태주 시인의 ‘지구를 위한 작은 실천’ 주제 강연과 바다유리로 키링을 만드는 체험 행사가 진행됐다.
표선면에 거주하는 김영주씨는 “아이들을 데리고 도서관을 자주 찾는 편인데, 날씨 좋은 봄날 아이들과 함께 야외에서 책을 접할 수 있는 분위기가 너무 좋다”고 소감을 전했다.
다음 행사는 4월 5일로 예정되어 있다. 이은숙 주무관은 “세 번째 행사는 서복전시관 공원 내 정방 4·3희생자 위령공간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4·3주간인 만큼 4·3 관련 서적 소개와 전문가 강연으로 의미 있는 시간을 마련 중”이라고 전했다.
‘지붕없는 도서관’은 단순히 책을 전시하는 데 그치지 않고, 각 장소와 행사의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북큐레이션과 문화프로그램을 제공한다.
공간, 대상, 활동의 세 가지 축을 중심으로 계절의 변화를 느끼며 경험과 책을 잇는 색다른 독서 경험을 선사하는 것이 목표다.
날씨가 좋지 않은 날에는 기상 예보에 따라 일정을 조정하거나 실내 대체 장소에서 운영될 예정이다.
도서관운영사무소는 이 사업이 기존의 문화·관광 자원을 활용한 협업을 통해 제주의 대표 인문·관광 콘텐츠로 성장하며, 도서관이라는 공간의 의미를 확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절반은 일부러 찾아온 시민 등이지만, 우연히 방문한 시민도 절반이다. 이곳에서 한 사람이 한 글자라도 읽는다면 이미 반은 성공한 것”이라는 이 주무관의 말처럼, 서귀포의 자연과 문화, 그리고 책이 만나 빚어내는 새로운 독서 문화가 어떤 모습으로 꽃피울지 기대를 모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