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어문학상 ‘폭삭 속앗우다’

2025-04-09     서귀포신문

‘폭싹 속았수다’. 제주에서 태어난 애순이와 관식이의 모험 가득한 일생을 사계절로 풀어낸 넷플릭스 16부작 시리즈 제목이다. ‘폭싹 속았수다’가 인기를 끌면서 제주에 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사단법인 제주어연구소에 ‘폭싹 속았수다’가 방영을 시작한 직후인 지난달 9일 ‘넷플릭스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 표기법에 대해 문의드립니다’란 질문이 올라왔다. 이 질문에 제주어 연구소는 ‘‘속았수다’에서 ‘-았-’은 제주어서는 ‘-앗-’으로 말합니다. 이는 제주어에서 ‘ㅆ’은 받침으로 나타나지 않기 때문입니다’라고 설명했다. 개정·증보 제주어 사전은 ‘속다’를 ‘욕-보다. 어려움이나 수고를 당하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예문으로 ‘아이고, 폭삭 속앗우다’라고 덧붙였다.

넷플릭스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와 제주어 사전의 ‘폭삭 속앗우다’는 표기가 다르다. 사단법인 제주어연구소는 “제주어는 표준어처럼 ‘맞다, 틀리다’라고 할 성격이 아니다. “우리가 쓰는 말, 내가 쓰는 말”과 ‘같다, 다르다’고 하면 된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제주에서 태어나서 자란 제주도민 가운데 제주어가 생소한 도민도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제주 사람도 폭삭 속앗우다를 제주어 표기법에 따라 표기할 수 있는 사람이 많지는 않을 것이다.

옛 제주발전연구원(현 제주연구원) 제주학연구센터가 2014년 11월 20일 제주발전연구원 제주학총서 13 ‘제주어 표기법 해설’을 발행했다. 발간사를 보면 “제줏말은 제주 사람이 오래전부터 사용해 온 말을 문자로 기록하기 위한 표기 수단이 필요했다. 또한 많은 사람이 제줏말을 글로 적으려고 하니까 어법에 맞는 통일된 표기법이 없어서 어려움이 많았다. <중략> 제줏말 문법이 이론적으로 탄탄하지 못한 상황에서 표기법을 제정하기는 무척 어렵다”라는 내용이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말’을 기호인 ‘글’로 표현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의미로 해석되고 있다.

유네스코는 2010년 12월 제주어를 소멸 위기 언어로 분류했다. 이런 상황에서 서귀포신문이 제주어를 보전하고 그 가치를 조명하기 위해 2019년 제정한 제주어문학상이 지난해 제6회 제주어문학상을 끝으로 폐지 위기에 직면했다. 제주도는 올해 제주어문학상 예산을 대폭 삭감했다. 제주어문학상은 문학을 제주어로 표현하는 것이다. 말이 아닌, 글로 기록하는 것이다. 제주도에서도 지역별로 사용하는 제주어가 다르다. 제주어 표기법이 제주에서는 ‘제주 표준어’가 돼 지역별로 다른 제주어가 ‘제주에서 또 다른 사투리’로 전락할 수 있다는 전문가의 우려도 있다. 제주어 문학상은 지역별로 다른 제주어를 품는다. 제주어를 문자로 기록하고, 후대에 전승하는 의미 있는 과정이다.

제주어는 현재 거의 사라진 조선시대 훈민정음뿐만 아니라 고려시대부터 쓰였던 중세 국어 등 옛말의 흔적이 남아 가치가 크다. 서귀포신문은 제주어 보존과 전승을 위해 지난 6년 동안 폭삭 속앗우다란 말을 듣지 않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 제주도와 제주도의회도 제주어를 기록하고, 제주어로 문학을 표현하는 ‘실천’에 동참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