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보리에 고양이 더해 사계절 찾는 명소 기대”
[가파도 새로운 관광 비전] 골칫거리 ‘고양이’ 중성화사업 개체 수 90% 수술…공존 가능 주민-관광객-고양이 어우러진 여행코스 등 상품화 연계 주목
일본 후쿠오카 근교의 아이노시마섬은 낚시, 조류 관찰, 하이킹 등의 액티비티로 알려진 곳이지만 현재는 '고양이 섬'이라는 정체성으로 명소가 됐다.
약 150~200마리의 고양이가 자유롭게 살아가는 이곳에는 전 세계 고양이 애호 관광객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섬 곳곳을 누비는 다양한 개성을 가진 고양이는 방문객에게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하며, 생태관광의 한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서귀포시 역시 가파도 길고양이를 새로운 관광자원으로 발굴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청보리로 유명한 가파도의 자연경관에 길고양이라는 생태적 요소를 더해 풍부한 관광 콘텐츠를 만들기 위한 도전이다.
"하루 두 번, 17개 고양이 급식소에 사료를 공급한다" 길고양이 급식을 책임지는 공공근로자이자 가파도 주민 이일순씨의 목소리에는 애정이 묻어났다. "'뻔순이', '보람이', '뷰티', '에리카'... 내가 이름 지은 고양이인데, 부르면 슬며시 나오는 모습이 너무 귀엽다"
서귀포시는 지난해 11월 유기동물 구조팀과 협업해 가파도 전역에서 길고양이 집중 중성화사업을 실시했다. 4일 동안 45마리(암컷 15마리, 수컷 30마리)의 중성화 수술을 완료했다. 가파도에 사는 길고양이 10마리 가운데 9마리 가량이 중성화 수술을 받으면서 개체 수 조절에 성공했다.
이는 단순한 개체 수 관리를 넘어 길고양이의 건강한 생태계 조성과 지속 가능한 공존을 위한 첫걸음으로 평가받고 있다.
현미진 서귀포시 청정축산과 동물보호팀장은 "당초 300여 마리로 예상했던 가파도 길고양이 개체 수는 실제 포획활동 결과 150여 마리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서귀포시는 이들의 생태를 존중하면서 효율적인 관리를 위해 가파도 내 17곳에 공공급식소를 운영하고 있다. 급식소는 단순한 먹이 공급처를 넘어 고양이들의 건강을 모니터링하는 거점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
시는 지난 4일부터 이틀 동안 가파도 상동 선착장 입구에서는 '섬마을 고양이들의 행복한 삶, 가파도에서 시작됩니다'라는 주제로 홍보 행사도 개최했다. OX퀴즈, '고양이 발자국' 스탬프 투어, 17개 급식소 찾기 이벤트 등의 이벤트는 200여 명의 참가 관광객에게 특별한 추억을 선사했다.
현미진 팀장은 "가파도는 청보리가 자라는 4월에서 6월에 관광객이 집중되는 한계가 있었는데 고양이 테마를 더해 사계절 찾는 명소로 발전시킬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계절적 한계를 뛰어넘는 접근으로 가파도 관광을 새롭게 도약시킨다는 계획이다.
서귀포시는 이와 함께 '가파도 고양이 친구' 프로그램을 개발해 동물보호와 관광을 연계한 다양한 테마 여행 코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또한 영역동물인 고양이의 특성을 살려 지역별 고양이들을 캐릭터화하고, 지역 상점과 연계한 프로그램도 구상 중이다.
행정의 사료 공급 정책은 길고양이의 생활 습관에도 긍정적 변화를 가져왔다. 이전에는 방충망을 훼손하거나 쓰레기통을 뒤지는 등의 민원이 잦았지만, 현재는 이러한 문제가 현저히 줄었다는 것이 가파도 주민의 설명이다. “섬 위생과 고양이 외형도 깨끗해지고 성격도 온순해져 주민과 관광객 모두에게 좋은 인상을 주고 있다”고 주민은 입을 모은다.
하지만 이일순씨는 "관광객이 주는 과자나 아이스크림 때문에 고양이가 구내염에 걸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 무분별한 먹이 주기를 금지하는 규칙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가파도 길고양이가 청보리, 바다와 함께 섬의 새로운 상징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행정과 지역 주민의 협업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서귀포시는 주민, 관광객, 고양이가 함께 어우러진 가파도만의 독특한 생태관광 모델은 앞으로 제주의 다른 지역에도 좋은 선례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