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도심 활성화 동력 불씨 살려야
서귀포시 명동로, 중정로, 이중섭거리 등은 서귀포 원도심을 상징하는 거리다. 중앙동, 정방동, 천지동 일대는 서귀포 중심 상권의 핵심 축을 이뤄왔다. 그러나 최근 이 지역은 인구 감소와 출산율 저하, 상권 침체가 동시에 나타나며 쇠퇴의 위기를 맞고 있다.
한때 서귀포 시민에게 원도심은 장을 보고 옷과 신발, 생활용품을 사기 위해 반드시 들러야 할 생활권 중심지였다. 중정로는 서귀포 쇼핑 문화의 심장과도 같은 공간이었다. 그러나 온라인 유통이 빠르게 자리 잡고, 제주시의 상업지역이 확장되면서 서귀포시 원도심의 기능은 점차 약화했다.
서귀포시는 원도심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사업을 추진했다. 대표적인 것이 아랑조을거리와 명동로, 칠십리음식특화거리 조성이다. 이는 원도심을 중심으로 한 서귀포에 ‘먹을거리’와 ‘문화’를 접목해 체류형 소비를 이끌어보려는 시도였다. 하지만 일상의 소비 기반이 약화한 서귀포 도심의 뿌리 회복에는 역부족이었다는 평가가 중론이다.
공공데이터포털의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기준 지역별 출생 등록자 수’에 따르면 지난해 정방동의 출생 등록자는 5명, 중앙동은 단 1명뿐이었다. 정방동은 2022년 2명, 2023년 3명으로 꾸준히 한 자릿수에 머물렀고, 중앙동 역시 2020년 15명에서 매년 감소해 2024년에는 1명에 그쳤다. ‘아이 울음소리가 끊긴 마을’이라는 표현도 과장이 아니다. 저출산과 인구 유출이 상권 침체로 이어지고, 다시 생활 기반 약화로 돌아오는 악순환이 고착하는 중이다.
이러한 가운데 서귀포시가 원도심 활성화를 위해 ‘문화’ 중심의 상권 회복 전략에 나선 것은 의미 있는 전환이라 할 수 있다. 서귀포시는 이중섭거리와 명동로 일대를 ‘자율상권 구역’으로 지정하는 등 문화예술 기반의 상권 재건을 목표로 상권 활성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 이 지역이 중소벤처기업부의 ‘2026년 상권 활성화 사업’ 대상지로 최종 선정되면서 5년간 최대 100억원 규모의 지원이 투입된다.
상권 활성화 사업은 단순히 낙후된 거리를 정비하는 차원이 아니다. 주민 주도로 상권을 기획·운영하는 ‘자율상권’ 체계를 통해 지역이 스스로 변화의 주체가 되도록 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 이를 위해 서귀포시는 지난 2월 주민설명회를 열어 상인과 건물주, 토지주의 의견을 들었고, 3월에는 정방동상가번영회를 중심으로 상권협동조합 설립을 추진했다. 시민과 상권의 참여는 상권의 재도약을 바라는 시민과 상권의 의지가 집결된 결과라 할 수 있다.
서귀포시는 이 사업을 단순한 환경 정비가 아닌, 지역 공동체 회복을 기본으로 한 서귀포 원도심 주민과 상권, 더 나아가 서귀포 시민의 생존을 위한 상권 활성화의 첫걸음으로 삼아야 한다. 원도심의 생존은 곧 서귀포 전체의 지속 가능성과 직결된다. ‘자율상권’이라는 이름 아래 새로운 도시 문화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지금이야말로, 행정과 시민이 함께 만드는 변화가 실현돼야 할 때다. 이 시도를 성공시키지 못하면, 원도심은 다시는 기회를 잡지 못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