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루즈 1일 1만명에도 버스가 없다

2025-05-13     서귀포신문

제주가 ‘크루즈 관광객 1일 1만명 시대’를 열었다. 제주도는 지난 10일 하루에 1만명이 넘는 크루즈 관광객이 제주를 찾았다고 밝혔다. 제주 크루즈 관광이 시작된 이후 하루 방문객 수로는 최대 규모로 기록됐다.

제주도 등에 따르면 지난 10일 서귀포시 강정크루즈항에 17만t급 ‘오베이션 오브 더 씨’호와 13만t급 ‘아도라 매직 시티’호가, 제주항에는 9만t급 ‘셀러브리티 밀레니엄’호가 입항했다. 이날 입항한 3척의 크루즈선 정원을 모두 합하면 약 1만2800명에 달한다. 크루즈선 3척을 타고 제주시와 서귀포시에 입항한 크루즈 관광객은 1만1184명으로 집계됐다.

제주도는 기항 중심의 크루즈관광 산업구조 전환을 위해 제주에서 출발하는 준모항 크루즈를 이번달부터 운영하고 있다. 준모항은 크루즈선이 일시 정박하는 기항지와 달리, 관광객이 모여 크루즈 여행을 시작하는 거점 항구를 의미한다. 이번 정책으로 제주는 단순한 경유지에서 크루즈 여행의 출발점이자 주요 거점으로 역할이 확대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강정크루즈항이 아시아 크루즈 관광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강정마을 주민은 크루즈 관광 효과가 서귀포와 제주 전체에 미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나서고 있다. 서귀포시도 크루즈 관광 활성화를 위한 상설협의체 회의를 열고 관광상품 연계 및 수용 태세 개선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강정항 연계 대중교통 노선 신설, 터미널 휴게시설 정비, 수하물 운반·보관 서비스 도입 등을 고민하고 있다.

하지만 서귀포시 강정크루즈항을 연결하는 대중교통 노선은 아직도 없다. 대중교통 없는 쿠르즈항은 크루즈 관광 활성화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제주도는 하루 크루즈 관광객 1만명 시대를 홍보하면서도, 정작 크루즈를 타고 제주를 찾은 관광객을 위한 대중교통 버스 노선을 만드는 것에는 소극적이다.

강정크루즈항에 내린 관광객 가운데 상당수는 15분 이상 가야 하는 강정마을 버스 정류소까지 걸어서 가고 있다. 서귀포 농어촌 마을의 정취를 보여주기 위해 일부러 크루즈 관광객에게 걸어서 강정마을 버스 정류소까지 걸어서 이동하도록 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크루즈 관광객을 서귀포 지역 상권으로 유인하는 데는 한계가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제주도가 크루즈 관광을 단순 기항지가 아닌 주요 거점으로 육성하려면, 강정항을 연결하는 대중교통 인프라 구축에 적극 나서야 한다. 우선 기존 대중교통 노선 가운데 일부를 강정크루즈항을 경유하도록 조정해야 한다. 이를 통해 크루즈 관광객을 매일올레시장 등 특정 지점뿐만 아니라, 버스가 지나는 지역으로 확대해 수송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현재 강정마을을 지나는 공항리무진 노선 조정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제주공항과 서귀포시를 연결하는 공항리무진은 강정마을을 지난다. 

강정크루즈항 준모항 활성화를 위해서는 육지부 관광객이나, 제주도민이 더 쉽고, 편하게 이동할 수 있는 교통 여건을 조성하기 위해서라도 공항리무진 노선 조정을 검토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