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되는 농업 실현이 더 중요하다

2025-05-21     서귀포신문

서귀포 지역의 인구 감소세가 지속되고 있다. 이미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데다 출생아 수도 줄어들면서 자연 감소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통계에 따르면 올해 3월 제주 지역 주민등록 인구는 전년보다 5364명(0.8%) 줄어든 66만7739명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서귀포시 인구는 18만1239명으로, 전년 대비 1925명(1.1%) 감소했다.

출생자 수는 계속 줄고 있다. 공공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서귀포 읍면동별 출생 등록자 수는 동홍동이 107명으로 가장 많고, 정방동 5명, 중앙동 1명 등 절반 이상의 지역이 50명 이하였다. 출산율은 낮고 유입 인구도 줄면서 서귀포시는 지역 소멸이라는 단어가 더는 과장이 아닌 현실적 우려로 다가오고 있다.

초고령사회가 초래하는 문제는 단순히 인구 구조의 변화에 그치지 않는다. 노동력 감소, 경제활동 인구 축소, 복지재정 부담 증가, 노인 고립 등 다양한 사회 문제가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난다. 특히 1차 산업 비중이 큰 서귀포시는 이 영향이 더욱 심각하다. 농촌 고령화로 인해 일손을 구하지 못해 애써 키운 농작물을 수확하지 못하는 상황이 흔해졌다.

이에 따라 행정과 농협, 지역 인력 지원 기관 등이 나서 농촌 일손 돕기 지원 대책 등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공무원과 농협 직원, 군부대 등도 마늘 수확 등 바쁜 영농기에 고령·여성·장애인 농가를 지원하는 데 동참하고 있다. 제주농업인력지원센터, 농촌인력중개센터, 외국인 계절근로자 사업도 확대하고 있다.

농촌 일손 부족은 단지 서귀포만의 문제가 아니다. 대한민국 사회가 농업과 농촌을 어떻게 인식해 왔는지를 반영하는 구조적 문제다. 60대 이상 세대는 농업을 ‘고된 일’로 여겼고, 자식이 그 일을 이어받지 않기를 바랐다.

40대 전후 세대는 어릴 때부터 ‘농사는 힘들고 보상이 적다’라는 인식을 자연스럽게 체득했다. 농촌이 아닌, 도시로 가야 성공한 사람이고, 농부가 아닌 대기업이나 공무원이 돼야 한다는 인식을 하면서 결과적으로 농촌은 젊은 세대로부터 외면받았다.

다행히 변화의 조짐도 있다. 최근 20~30대는 농업을 단순한 노동이 아닌 기술과 창의성이 접목된 복합 산업으로 인식하며 창업 분야의 하나로 바라보고 있다. 그러나 이들이 실제로 농촌에 안착하기엔 여전히 장벽이 높다.

핵심은 ‘수익’이다. 농촌을 지키는 노인 세대가 농업을 ‘고된 일’로만 인식하는 이유는 일한 만큼의 대가를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농업분야를 지원한다고 하면서도, 농산물 가격이 조금만 오르면 물가 상승 주범으로 몰거나 외국산을 수입해 가격을 억누르는 이중적 태도를 보인다.

‘돈이 되는 농업’을 실현하지 않는 한, 아무리 일손을 도와줘도 농촌의 장래는 밝지 않다. 기계화, 스마트농업, 데이터 기반 농법 도입 등은 구호가 아니라 실현할 수 있는 정책이 돼야 한다. 행정이 직접 밭에 들어가 마늘을 캐는 것보다 중요한 일은 서귀포에 맞는 농업의 지속 가능 모델을 설계하고 이를 실현할 수 있도록 정책을 개발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