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항 기점 버스, 목적이 있다
제주 관광시장이 좀처럼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최근 한국은행 제주본부가 발표한 실물경제 동향에 따르면 올해 4월 제주 방문 관광객 수는 전년 동기보다 10만7000명 줄었다. 감소폭은 1~2월 평균 12만7000명, 3월 15만1000명에서 4월 10만7000명으로 다소 둔화되긴 했지만, 여전히 시장은 위축돼 있다.
서귀포 지역은 관광업과 농수축산업 등 1·3차 산업 중심의 산업구조를 지니고 있어 경기 침체에 따른 충격이 더 크다. 서귀포 시민 상당수는 코로나19 확산 당시보다 지금이 더 어렵다고 호소하고 있다. 물가는 치솟고 소비는 얼어붙었다. 서귀포 경제를 살릴 새로운 돌파구가 절실하다.
서귀포시는 ‘다시 찾고 싶고 매력 넘치는 문화관광도시 서귀포’를 조성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지역 문화와 관광 자원을 결합해 도시의 매력을 높이고, 관광객의 체류 시간을 늘리기 위한 전략이다. 시는 새연교 주말 상설공연, 야해페스티벌, 천지연 여름 음악제, 2025 문화의 달 행사, 원도심 문화페스티벌 등 다양한 문화행사도 본격 추진할 계획이다. 문화와 관광이 어우러진 ‘매력도시 서귀포’를 통해 침체한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구상이다.
이와 함께 크루즈 관광객 유치를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도 시도되고 있다. 최근 강정크루즈터미널과 서귀포 원도심을 연결하는 대중교통 버스 노선이 신설됐다. 그동안 강정크루즈터미널을 기점으로 한 대중교통이 없어 개별 외국인 관광객이나 크루즈선 1척당 1000명에 달하는 승무원 등을 서귀포 원도심으로 연결하지 못했다. 관광객은 물론 상권 모두에게 도움이 되지 않았다.
버스 노선 신설은 늦었지만 반가운 조치다. 그러나 시행 초기부터 개선이 필요한 부분도 드러났다. 최근 일본에서 출발한 크루즈선이 입항했음에도 버스에는 일본어 승하차 안내 방송이 나오지 않았다. 차량 내 화면에서도 관광 정보나 서귀포 문화행사 안내는 없고, ‘제주형 행정체제 개편’ 홍보 영상이 상영됐다. 서귀포시는 이 노선이 크루즈 전용이 아닌 공용 노선이기 때문에 기존 시내버스 시스템과 동일하게 운영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 버스는 단순한 시내버스가 아니다. 신설의 목적 자체가 크루즈 관광객을 지역 상권과 연결하자는 데 있다. 외국인 관광객이 주된 이용자인 만큼, 다국어 안내 시스템과 지역 관광지·공연·음식점 정보 등이 포함된 전용 안내 콘텐츠를 즉시 도입해야 한다. 교통이 불편하면 관광은 단절된다.
서귀포시가 추진하는 ‘다시 찾고 싶고 매력 넘치는 문화관광도시 서귀포’의 실현을 위해서는 이런 크루즈 교통 정책과 문화도시 전략이 유기적으로 연결돼야 한다. 크루즈, 문화, 관광, 교통은 각각의 개별 사업이 아니라, 하나의 목표를 향해 조율돼야 할 통합 전략이다. 버스 노선을 신설했다고 끝이 아니다. 이를 통해 서귀포 원도심과 지역 상권, 문화행사 현장으로 관광객을 유입시키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그렇게 해야 ‘매력 넘치는 서귀포’가 진정한 의미를 갖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