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 통역안내사 배치 기대감 크다
서귀포시는 내국인은 물론 외국인 관광객도 즐겨 찾는 국제 관광도시다. 최근 강정크루즈항에 대형 크루즈선이 잇따라 입항하면서 외국인 체류자 수 증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하지만 서귀포는 인구 19만명 남짓의 소도시이자 농어촌의 특성을 함께 지닌 지역이기도 하다.
국제결혼 건수는 도시와 농촌을 막론하고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유학 기회의 확산, 세계화 영향 등과 함께 결혼 적령기를 지난 이들이 외국인을 배우자로 맞는 사례가 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서귀포시도 예외는 아니다. 서귀포시에 주민등록을 한 결혼이민자는 2021년 833명, 2022년 860명, 2023년 11월 1일 기준 910명으로 증가하고 있다.
외국인 인구 역시 증가세를 보인다. 2023년 기준 서귀포 시민 100명 가운데 4.7명이 외국인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3년 2.2%, 2015년 3.6%, 2019년 4.8% 등으로 점차 상승해 온 결과다. 불과 10년 전인 2013년에는 100명 중 2명 수준이었던 외국인 비율이 두 배 이상으로 늘어난 셈이다.
이처럼 다문화 사회로 빠르게 변화하는 가운데 특히 결혼이주여성이 겪는 언어 장벽 문제는 여전히 크다. 그들은 낯선 언어와 문화 속에서 임신과 출산, 양육이라는 과정을 겪어야 한다. 이주여성 지원기관 등에 따르면 병원이나 산후조리원, 약국 등을 찾을 때조차 통역이 없어 속앓이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말이 통하지 않아 자신의 건강이나 아기의 상태를 제대로 설명하거나 이해하지 못하는 일도 빈번하다.
그나마 서귀포가족지원센터가 결혼이주여성과 함께 병원, 약국, 행정기관 등을 동행하며 통역을 제공하고 있지만, 인력과 시간에 한계가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가운데 서귀포시가 한국어와 외국어를 구사할 수 있는 결혼이주여성을 통역안내사로 한시 채용해 서귀포시 청사에 배치하는 시범 정책을 시작한 것은 긍정적인 변화다. 이들은 서귀포시청을 찾는 다문화가정에 민원 안내와 통역 서비스를 제공하게 된다.
서귀포시가족지원센터의 부담을 줄이고, 보다 많은 이주여성에게 도움을 제공하는 선순환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행정기관 내 통역 서비스 확대는 단순한 편의 제공을 넘어 외국인의 정착을 돕는 기본적 조건이기도 하다.
서귀포시는 이 시범 정책이 일회성에 그치게 해서는 안 된다. 현장에서 언어 문제가 얼마나 중요한지 체감하고 있는 가족지원센터 등 실무자와 전문가의 의견을 우선 반영해야 한다. 그리고 이를 행정제도와 예산 등 정책 설계에 체계적으로 녹여내야 한다.
결혼이주여성을 포함한 외국인이 서귀포에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언어 장벽을 낮추고, 그들에게 적절한 일자리를 제공하는 정책도 병행돼야 한다. 동시에 서귀포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 역시 언어 문제로 불편을 겪지 않도록 행정 시스템 전반에 걸쳐 지속적인 보완이 필요하다. 서귀포가 국제 관광도시이자 다문화 공동체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외국인을 위한 정책이 ‘배려’가 아닌 ‘기본’이 돼야 한다. 언어 장벽 해소는 그 출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