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심화…"적과할 하우스 귤 없을 정도"

강영재 농가 "감귤꽃 40% 줄어" 냉난방기 신설 등 대응 '역부족' 착화량 부족…생산량 감소 전망

2025-06-25     고권봉
서귀포시 대정읍 보성리에 있는 비닐하우스에서 강영재 농가가 열매가 달린 나무와 달리지 않은 나무를 살펴보고 있다.

무더운 여름철, 제철 맞은 하우스 감귤이 본격 출하되면서 전국 소비자들의 손길을 붙잡고 있다.

하지만 작년 가을 고온에 따른 착화량 감소와 올해 봄 저온에 따른 생리낙과 증가 등의 영향으로 생산량 감소가 전망되면서 농가의 주름은 깊어지고 있다.

지난 19일 서귀포시 대정읍 보성리에 있는 강영재 농가의 비닐하우스.

이곳 비닐하우스에는 더울 때는 냉기를, 추울 때는 난방열을 주입시키는 히트펌프 냉난방 시스템이 설치돼 있었다. 비닐하우스 입구에는 가정용 에어컨의 실외기보다 약 4~5배는 큰 실외기가 웅장한 위용을 뽐내, 농가의 시설비 투자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비닐하우스 내부로 들어가자 감귤 나무 가지마다 수확을 앞둔 탐스러운 귤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다.

아직 일교차가 크지 않아서인지 노란빛이 나는 것보다 초록빛이 살짝 감도는 감귤이 더 많았다. 과육은 거의 다 익은 상태여서 맛과 품질에는 차이가 많이 없었다.

조금 더 살펴보니 감귤 나무 10개 걸러 2개 정도는 탐스럽게 매달려 있어야 할 귤이 전혀 없거나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만 매달려 있었다. 이러한 현상은 1200평 규모의 조생 감귤 비닐하우스와 900평 규모의 극조생 감귤 비닐하우스 등 모든 비닐하우스에서 발생했다.

귀농한 지 12년 된 강영재 농가는 작년 가을 고온이 지속돼 1125일쯤 비닐하우스 가온에 들어갔다. 하우스 내부 최저온도는 18도를 시작으로 25도까지 올린다. 화아분화, 열매 낙과, 열매 비대기 등에 맞춰 최저온도를 올렸다’, ‘내렸다를 반복하며 재배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강 농가는 애지중지 키운 하우스 귤은 이제 수확 후에 판매만 하면 돈이 들어오는 데 꽃이 덜 펴 수확 시기가 늦어지고 수확량도 눈에 띄게 줄어 속상하기만 하다고 토로했다.

수확량 감소에 대해 작년 10~11월 최저온도가 15도 이하로 떨어지지 않고 오히려 높아졌다. 작년 늦가을~겨울 기후의 변화 등으로 감귤 꽃의 해거리 현상이 심해진 것 같다예년에는 모든 나무에서 감귤을 수확했다. 가지별로 열매가 달린 가지, 달리지 않은 가지로 구분됐는데 올해는 열매가 달린 나무, 달리지 않은 나무로 나뉜다. 올해 처음으로 적과를 안 했다고 설명했다.

심지어 하우스 감귤 포전거래 가격은 15200원으로 작년에 비해 300원 정도 감소했다고 전했다.

작년 최고가를 기록한 것을 감안하더라도 하우스 1000평에서 평균 약 15000을 수확한다고 봤을 때 단순 계산하면 농가가 손에 쥐는 돈은 450만원이나 줄어든다.

2025년산 하우스 감귤을 지난 428일 첫 출하한 남원읍 신흥리의 농가도 사정은 비슷했다. 1당 포전거래 첫 가격은 재작년보다 2000, 작년보다 1000원 내외 줄었다.

제주도에 따르면 지난 13일 기준 올해 출하 물량은 전년대비 30% 감소한 상황이다. 제주도는 2025년산 하우스감귤 재배면적 및 생산예상량도 전년보다 3.2%가 감소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강 농가는 농약 비용, 자재비, 전기료 등 경영비가 매년 늘어나 경영비 절감 차원에서 1억원대의 냉난방 설비를 신규로 설치했는데 오히려 수확량은 줄어들고 경영비는 늘어나는 독이 든 성배를 든 상황이라며 하늘을 원망했다.

이어 “1000평 땅을 사고 하우스 짓고 내부 시설을 추가 설치하려면 족히 10억원은 든다“2을 수확한다고 해도 경영비 등을 제하고 나면 생활비는커녕 대출금과 이자 갚기에도 벅차다. 청년들에게 농사를 권하고 싶지 않다고 농가의 어려운 상황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