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과 대학 교류로 지역 고유자원 발굴

[런케이션 인 고성] 경희대생 21박 22일 장기체류 부녀회 함께 하는 요리강습 숨은 명소‘누루못’발견도 지속적 사업으로 마을 활성화

2025-07-30     서귀포신문

지난 25일 오후, 뜨거운 햇빛 아래 오조리복지회관 앞에 모인 경희대학교 학생들의 표정은 밝았다.

런케이션 인 고성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성산읍을 찾은 이들의 이날 일정은 오조리 마을투어였다. 전 오조리 이장인 고기봉 마을해설사가 인솔하며 마을 이모저모와 숨겨진 이야기를 들려주자 학생들은 연신 신기한 듯 그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여기는 족지물이라는 용천수가 나오는 곳입니다. 예전에는 여기서 마을사람들이 빨래도 하고 몸도 씻었지요라는 해설사의 설명에 학생들이 귀를 기울이자 그는 농담을 섞어가며 말을 이어갔다. “족지물이 하나 더 있는데 거기는 남탕입니다. 여기보다 좁고 작아요. 그래서 오조리 남자들이 여자에게 꼼짝 못합니다그의 재미있는 해설에 학생들은 웃음을 터뜨렸다.

이어 고 이장은 오조포구 코스로 학생들을 이끌어 오조리에 위치한 식산봉 전설과 1970년대 마을어장 형성 과정 등을 설명하며 한 시간 가량의 마을투어를 이어갔다.

런케이션 인 고성을 주관하는 성산읍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이하 성산읍센터)의 김상규 센터장은 고성리 도시재생사업을 2023년 국토부가 지원대상으로 선정하면서 런케이션을 주제로 한 지역경제 활성화 방안을 고민했다마을과 대학의 교류를 통해 마을 주민과 젊은 세대의 시선을 결합한 소프트웨어 개발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성산읍센터는 올해 3월 경희대학교와 업무협약을 맺으며 런케이션 인 고성을 본격 추진하기 시작했다. 고성리 주민의 정체성 기록, 마을음식 아카이빙, 지역 고유자원을 활용한 마을상품 개발 등이 주요 내용이다.

구효선 성산읍센터 연구원은 고성리부녀회가 마을에서 내려온 잔치와 장례 음식 조리과정을 영화과 학생이 촬영하며 기록으로 남기고 조리과 학생은 새로운 요리로 재해석하는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이번 프로그램의 특징은 2122일이라는 장기체류다.

윤민수 성산읍센터 연구원은 학생들이 지역에 머물며 주민과 교류하려 노력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라며 “MZ세대는 어르신과의 교류를 꺼려한다고 생각했는데 학생들이 먼저 나서 경로당 인터뷰를 나서는 등 굉장히 적극적이라고 평가했다.

권유진 경희대학교 컨벤션경영학과 학생은 마을부녀회원들이 각자 자신 있는 음식을 요리해 주시면서 딸아들처럼 대해주셨다. 또 고기국수, 접짝뼈국 등을 함께 만들어 먹은 경험이 너무 재미있었다고 회상했다.

홍기윤 호스피탈리티경영학과 학생은 관광프로그램 개발팀으로 활동하며 지난 주말 인솔자 없이 자발적으로 탐방하다 누루못이라는 숨겨진 장소를 발견했다주민들도 잘 모르는 곳이더라. 사진 찍기에 정말 아름다운 장소라고 소개했다.

성산읍센터는 이번 프로젝트를 일회성으로 끝내지 않고 지속적인 활동을 통한 런케이션 사업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최종적으로 사업 데이터를 활용해 참여 학생이 개발한 음식과 여행코스를 향후 성산읍센터 내 마을식당 메뉴와 고성리 마을 여행코스로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권유진 학생은 내가 직접 낸 아이디어가 현장에서 빨리 실현되는 것이 학교의 공공기관이나 대기업 특강과는 다른 생생한 현장감을 준다진로 선택에도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홍기윤 학생은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서귀포의 진정한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