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와서 적극 의견 내는 정치인

2025-08-13     서귀포신문

행정시 제주시와 서귀포시를 기초자치단체 동제주시, 서제주시, 서귀포시로 전환하는 제주형 행정체제 개편이 난관에 봉착했다. 내년 지방선거 때 시장과 시의원 등 기초자치단체장과 기초의회 의원을 선출하고, 내년 7월 출범을 목표로 했던 시행 가능성도 희박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제주 행정체제 개편은 15년 가까이 논의만 반복됐다. 민선 5기부터 민선 7기 제주도정이 행정체제개편위원회 권고안을 수용하고 절차를 진행했지만, 정치권과 정부가 정치적 유불리를 우선하며 좌절됐다. 2010년 민선 5기 위원회와 2017년 민선 6기 위원회는 각각 행정시장 직선제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개편안을 권고했고, 도정은 이를 수용했다. 하지만 행정체제 개편은 도민 의견보다 정치권이 정치적 유불리 등을 우선으로 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진척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2022년 7월 출범한 민선 8기 제주도정이 추진하는 행정체제 개편도 앞선 도정과 ‘닮은 꼴’이다. 오영훈 제주도지사는 2026년 7월 제주형 기초자치단체 출범을 목표로 설정했다. 제주도는 2022년 8월 30일 행정체제 개편위원회를 구성했다. 행정체제 개편위원회는 도민 토론회와 여론조사 등 공론화와 내부 논의 등을 거쳐 지난해 1월 3개 기초자치단체 설치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행정체제 개편안을 제주도에 권고했다.

그러나 정치권이 다시 제동을 걸고 있다. 위원회는 제주시를 동제주시와 서제주시로 나누고, 서귀포시는 그대로 두는 3개 기초자치단체를 제안했다. 일부에선 인구수만 기준으로 한 권역 나누기라는 비판이 있었지만, 도민 공론화 과정을 거쳐 낸 결론을 제주도는 수용했다. 

그러나 김한규 국회의원이 제주시 분할을 막는 제주특별법 개정안을 발의하면서 논란이 재점화됐다. 중앙정부도 주민투표를 위해 2개 또는 3개로 확정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이상봉 제주도의회 의장은 최근 여론조사를 다시 하겠다고 밝혔다. 여론 조사 결과에 따라 행정체제 개편은 혼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제주도민은 2022년 8월 행정체제 개편위원회가 구성되고, 도민 의견을 파악하는 과정에서 충분히 의견을 제시했다. 일부 도민은 3개 기초자치단체 설치 계획이 마음에 들지 않아도 행정체제 개편이란 대의를 위해 수용하는 모습을 보였다. 도민 사회가 한 목소리로 정부와 국회에 제주도민의 자기 결정권을 보장하라며 제주특별법 개정을 요구했다.

하지만 정치권은 조금 다른 행보다. 자기 생각과 다르다고, 정치적으로 유리하고, 불리한 상황이 전개된다고 판단했는지 제주형 행정체제 개편 작업이 막바지에 다다른 시점에서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고 있다. 제주도민이 적극적으로 의견을 낼 때는 소극적으로 상황을 지켜보더니, 이제 와서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는 정치권이 제주형 행정체제 개편의 걸림돌이다. 

제주도민과 정치권이 엇박자를 보인다면 15년 넘게 제주도민이 요구하는 행정체제 개편은 앞으로도 정치권의 좋은 ‘먹잇감’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제주도민의 자기 결정권은 정치인이 아닌, 제주도민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