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시장 업적 부각 경계해야
서귀포시를 대표하는 축제로 자리매김한 ‘칠십리축제’가 자칫 행정시장의 정책 과시용 ‘행사’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30년 동안 서귀포시의 상징인 ‘칠십리’를 주제로 이어져 온 축제가 행정시장이 바뀔 때마다 ‘변화’라는 이름으로 성격이 달라지고 있다. 최근 들어 행정시장이 추진하는 역점 시책에 따라 축제 장소와 운영 방식이 바뀌는 현실이 반복되고 있다.
칠십리축제 홈페이지는 ‘칠십리’의 어원을 설명하고 있다. 처음에는 정의현청이 있던 성읍마을에서 서귀포구까지의 거리를 가리키는 개념이었으나, 오늘날 칠십리는 단순한 거리 단위가 아니라 서귀포 시민의 마음속에 자리한 이상향이자 서귀포의 아름다움과 신비경을 상징하는 고유명사로 굳어졌다. 이러한 배경을 바탕으로 칠십리축제는 1995년 제1회 축제부터 천지연광장에서 열리다가 주민 요구와 축제 효과 확대, 지역 경제 활성화 등을 이유로 칠십리시공원, 자구리공원, 시내 일원 등 원도심에서 개최됐다.
역대 축제 장소를 보면 제1회부터 제16회까지는 천지연광장과 시내 일원, 제17회부터 제20회까지는 칠십리시공원, 제21회부터 제25회까지는 자구리공원과 시내, 제26·27회는 천지연광장 내 칠십리야외공연장, 제28회는 다시 자구리공원에서 열렸다. 그러나 제29회부터는 신서귀포의 제주월드컵경기장 광장으로 무대를 옮겼다. 당시 이종우 시장이 추진한 K-팝 콘서트 ‘서귀포 글로컬페스타’와 연계하기 위해 칠십리축제를 활용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서귀포 글로컬페스타는 2023년 10월 26~28일 제주월드컵경기장서 열렸다. 이에 앞서 10월 13일부터 15일까지는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제29회 칠십리축제가 진행됐다. 당시 칠십리축제는 ‘전통은 덜고 세대가 어우러지는 젊고 활기찬 축제’를 표방했다. 칠십리축제에 이어 열리는 서귀포 글로컬페스타 분위기를 띄우기 위한 상황이 전개된 것으로 보인다.
올해 역시 칠십리축제는 오순문 시장의 핵심 정책과 결합한 형태로 진행된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서귀포시가 공동 주최하는 ‘2025 문화의 달’ 행사와 제31회 칠십리축제가 오는 10월 17~19일 천지연폭포 주차장 등에서 함께 열린다. 오 시장은 ‘문화관광 도시 조성’을 강조하며 새연교와 천지연, 이중섭거리를 정비해 문화예술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아울러 ‘금토금토 새연쇼’와 ‘원도심 문화페스티벌’ 등 다양한 프로그램도 이어가고 있다.
현재 추진되는 문화관광 도시 조성 정책과 칠십리축제를 연계해 새로운 테마를 기획하는 것은 긍정적 효과를 낼 수 있다. 그러나 행정시장의 업적 부각을 위한 도구로 전락한다면 축제는 훼손될 수밖에 없다. 칠십리축제는 단순한 지역 행사가 아니다. 일본 삿포로 눈축제, 스페인 토마토 축제, 브라질 리우 카니발, 충남 보령 머드축제, 강원 화천 산천어 축제처럼 세계인이 찾는 축제로 발전시켜야 한다. 관광객과 시민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축제로 만들어가는 시도는 환영할 일이다. 다만 그 목적이 특정 시장의 성과 홍보로 변질돼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