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기록하고, 내일을 열어가겠다

2025-09-10     서귀포신문

서귀포신문이 오늘(10일) 지령 1500호를 발행했다. 지령(紙齡)은 신문의 나이를 뜻하는 말로, 창간 이후 발행한 호수(號數)를 말한다. 서귀포신문은 1996년 2월 12일 지령 제1호인 창간호를 세상에 내놓았다. 그리고 29년 7개월이 흐른 오늘, 1500번째 신문을 발간했다. 이는 곧 서귀포신문이 3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지역 언론으로서의 책임을 다했음을 보여준다. 

서귀포신문은 지령 제1500호 발간에 이르기까지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서귀포 시민의 염원으로 탄생한 ‘시민의 신문’이기 때문이다. 창간 당시 행정을 감시하고 비판하며 시민의 목소리를 대변할 언론이 필요하다고 절감했다. 이에 서귀포 시민 544명이 자발적으로 주주로 참여해 신문을 만들었고, 지금까지도 ‘시민의, 시민에 의한, 시민을 위한 신문’을 제작하고 있다고 자평한다.

“우리도 제대로 된 언론, 제대로 된 서귀포시만의 신문을 만들자”는 산남 지역 주민의 열망은 곧 서귀포신문의 창간 정신이 되었다. 지난 29년 7개월 동안 서귀포신문은 다양한 기획과 심층취재를 통해 지역 현안을 파헤치고, 부당한 권력과 불의에 맞서 왔다. 시민과 독자의 눈높이에서 지역 문제를 바라보고, 그 목소리를 세상에 전달하기 위해 애썼다. 

옛 남제주군과 옛 서귀포시를 기반으로 한 주간 지역신문이 1500호까지 발간하는 길은 순탄치 않았다. 하지만 언론 환경이 급변하고 미디어 신뢰도가 추락하는 현실 속에서도 서귀포신문은 서귀포 시민과 독자만을 바라보며 ‘참언론의 사명’을 지켜왔다.

서귀포 지역은 그동안 숱한 격랑을 겪어왔다. 제주해군기지 건설, 제주 제2공항 추진 등 대형 국책사업은 지역사회를 깊은 갈등으로 몰아넣었고, 공동체 붕괴라는 위기를 불러왔다. 대한민국 관광 1번지라는 이름 뒤에는 관광 개발과 각종 사업으로 인한 환경 훼손이 가속화하는 그림자가 있다. 인구 증가세는 둔화하고 있으며, 원도심과 농어촌 지역을 중심으로 인구 소멸 위기는 뚜렷해지고 있다. 의료와 교육 인프라 부족은 시민 삶을 불편하게 하고 있으며, 고령화는 지역 복지 수요를 눈덩이처럼 불리고 있다.

이러한 현실은 서귀포신문이 존재해야 할 이유를 다시금 일깨운다. 지역사회의 어려움을 외면하지 않고, 문제를 드러내며, 시민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언론으로서의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귀포신문은 창간 정신을 이어받아 시민과 함께 서귀포의 오늘을 기록하고 내일을 열어나갈 것이다. 기초자치권이 박탈된 시대에 자치권을 회복하고 풀뿌리 민주주의를 되살리는 과제는 미룰 수 없는 시대적 요구다. 서귀포신문은 이 사명을 기억하며, 지역 언론으로서 역량을 다할 것이다.

서귀포신문을 만들고 지켜온 시민과 독자 한 사람 한 사람의 노력이 곧 신문의 역사다. 서귀포신문은 서귀포 시민의 자존심을 지키는 신문으로, 각계각층의 시민과 소통하고 시민의 눈과 입이 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서귀포신문을 아끼고 지켜준 모든 시민과 독자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리며, 창간 정신을 지켜나가는 길에 더욱 정진할 것을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