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포럼] 나의 소소한 여행일지

강상주 / 전 서귀포시장

2025-09-17     서귀포신문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에 주변사람들과 서로 관계를 맺으며 살아간다.

최근 은퇴자 관련 유튜브 영상을 보았는데,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게 무엇입니까?’라고 물으니 건강과 우정이라는 답이 많이 나왔다.

그 중에서도 우정은 동창, 옛 동료, 동기, 선후배, 친인척 간에 나누는 정 등 수없이 많다. 어떤 연구보고에 따르면 사회의 중요한 비공식 정보나 이슈가 있을 때 나한테 얼마나 빨리 전달되는지가 사회생활을 잘하고 있는 지의 척도가 된다는 분석이 있었다.

며칠 전 친족회에서 인천·강화 지역으로 여행을 다녀왔다.

평소에 잘 하지는 못했지만 괸당들과 즐겁게 어울리는 기회였고 방문하는 지역도 오랜만에 찾아 변화한 모습을 보니 소회가 남달랐다. 역시 여행은 우리를 즐겁게 한다.

강화도 전등사가 첫 방문지였는데, 강화도는 옛 모습이 크게 변하지 않은 듯 보였다. 전등사로 올라가는 길은 정비를 잘 해놨는데, 꼭대기에서 남쪽 온수리 지역의 수백만평 간척지가 잘 보이지 않아 조금은 아쉬웠다.

서해안은 갯벌이 많아 간척지로 개발할 여지가 참 많은 것 같다. 예전에 백령도를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 간척을 해놓고도 농사를 안 짓는 땅이 수십만 평이었다.

다음 방문지는 평화전망대였다.

북한이 그렇게 가까운지 몰랐다. 송나라 사신을 맞이하고 아라비아와 오키나와 상인들의 교역로로 쓰이던 벽란도도 보이고 심청전의 심청이가 공양미 삼백석을 위해 몸을 던진 인당수도 인근에 있다 한다.

강화도는 고려의 수도였던 개경과 가까운 곳이라 역사 유적지가 많다.

몽고 침략 시기에는 임시 수도이기도 했고 조선말 프랑스에 의한 병인양요, 미국에 의한 신미양요 모두 강화도에서 일어났다. 가히 호국의 성지라 불릴만한 곳이다.

이튿날에는 전곡항과 제부도를 찾았다. 제부도는 대부도와 헷갈리기 쉬운데 대부도는 섬이 훨씬 크고 제부도의 북쪽에 위치해 있다. 전곡항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진입해 전동차를 타고 섬 한 바퀴를 일주했다, 여전히 숙소와 식당들이 즐비했지만 쇠퇴의 길로 접어든 것 같은 한적한 분위기였다. 변화하는 환경에 맞춰 과감하게 구조 변경도 하고 MZ세대를 겨냥하는 상품이 필요해 보였다.

요즘 어디를 가봐도 케이블카를 자주 타게 되는데 우리 제주 역시 심도 있게 논의 해볼만한 사안인 것 같다.

다음 방문지는 수원 화성행궁이었다. 화성행궁은 정조대왕이 아버지 사도세자의 묘를 참배하기 위해 머물던 궁궐이고 평소에는 화성유수부 유수(지금의 수원시장격)가 집무하는 관청이었다. 요즈음 같으면 지방의 청와대라 할 수 있는 곳이다. 화성행궁은 일제 강점기 때 다른 용도로 많이 훼손됐다가 1996년부터 복원공사를 시작해 현재 완료됐고 곧 9월 말에 정조대왕능 행차행사가 열린다고 한다.

화성행궁에 관한 중요한 자료는 규장각도서관에 축성 당시 설계도, 인력동원, 책임구간과 임금지불 등 상세한 내용이 수록된 화성성역의궤가 보관되어 있다. 이는 2007년 유네스코세계기록유산으로도 등재됐다. 얼마나 정교하게 기록되었는지 세계적으로도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것이다.

다음 코스는 인천 송도의 센트럴파크 유람선 투어였는데 송도신도시에 운하처럼 물을 가두고 일종의 보트 투어를 하는 상품이었다. 송도는 밀물 때 들어온 물을 가두어 운하의 도시로 발전시켰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사실 인천 앞바다와 한강을 연결하는 아라뱃길 옆을 지날 때마다 드는 생각은 이 운하를 따라 새벽마다 서해의 어선이나 여객선이 노량진수산시장이나 마포나루까지 운항하면 어떨까하는 것이다. 실제로 이러한 목적으로 운하를 건설한 것으로 알고 있다.

여러 가지 어려운 점들이 물론 많겠지만 지혜를 모아 해결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늘 하게 된다.

마지막 코스는 서울의 종묘였다.

사실 창덕궁과 종묘는 서울에 있을 때도 잘 구경을 하지 못했다. 그저 늘 보수공사를 했던 사실만 기억난다.

잘 정비된 종묘는 우리나라의 대표 문화유산이고 해설사의 역량도 훌륭했다. 종묘는 조선시대 역대 왕과 왕비의 신주를 모신 유교사당이다.

종묘사직이란 말에서도 알 수 있듯 매우 중요한 곳이라 할 수 있다.

이번 여행에서 식사는 대부분 만족스러웠다. 물론 여행의 관심이 어디에 있는지 달려있지만 말이다.

우리 제주도 역시 식사만큼은 관광객이 바가지라는 느낌없이 만족스럽고 흡족했다는 평가가 나오면 더할 나위없을 것 같다. 이렇듯 여행을 통해 일상 생활의 스트레스도 풀고 구경도 하면서 건강히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