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순문 시장 "안전 최우선" 서귀포관광극장 철거 논란 입장 발표
지역 사회 반발로 철거 보류, E등급 판정 근거 제시 건축사회에 보존방안 제안 요청, 다양한 의견수렴 약속
이중섭 거리에 위치한 서귀포관광극장이 지난 19일 철거를 시작했다가 제주올레와 건축사회를 비롯한 지역사회의 반발에 부딪혀 철거를 보류한 가운데, 오순문 서귀포시장이 24일 시청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에 대한 시의 입장을 발표했다.
오 시장은 먼저 "구 관광극장 철거와 관련한 논란이 지역사회에 이어지는 데 대해 송구하다"며 사과의 뜻을 전했다.
시는 철거 결정 배경으로 안전상의 문제를 제시했다. 1960년 건립된 후 65년이 지난 노후 건물로, 2013년부터 H-빔 설치와 방수 공사 등 다양한 보수보강 작업을 진행해 왔지만 그동안 극장에서 공연한 관계자들이 콘크리트 낙석 등 안전사고 위험을 지속적으로 제기해 왔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 이중섭 미술관 신축공사 과정에서 벽면 붕괴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지난 5월부터 8월까지 전문 용역기관에 정밀안전진단을 의뢰했다.
그 결과 건축물의 내력 부족과 콘크리트 탄산화가 급속하게 진행되어 보수보강하는 방안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E등급 판정을 받았으며, 이에 따라 "시민과 관광객의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두고 철거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의견수렴 과정에서는 지난 6월부터 9월까지 지역주민과 도의원, 문화예술단체 등의 의견을 들었으며, 전반적으로 "아쉽지만 안전진단 결과에 따라 불가피하게 철거 및 신축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밝혔다.
다만 "보다 다양한 분야의 의견을 수렴하지 못했다는 데 대해서는 행정입장에서 다소 아쉬운 부분"이라고 인정했다.
한편 제주특별자치도 건축사회와 일부 시민들이 서귀포 최초의 극장이자 홑담구조의 근대 건축물인 구 관광극장의 보존을 주장하고 있는 데 대해서는 이들의 의견을 존중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시는 지난 22일 제주특별자치도건축사회에 안전을 담보한 보존 및 활용방안 제안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오 시장은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E등급 판정에도 불구하고 보수보강을 통한 활용 가능성에 대해 "E등급을 받으면 리모델링을 검토하기가 힘들고, 현실적으로 보강으로 유지하기가 어렵다"고 답했다. 또한 "유지보수 비용과 보전 가치를 비교해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의견수렴 과정과 관련해서는 6월 정방동 상가회를 시작으로 7월 작가의산책길, 9월 자생단체·상가번영회·문화예술단체 등과 총 3번의 설명회를 개최했다고 설명했다.
성급한 철거 결정이 치적쌓기용이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오 시장은 "전혀 그렇지 않다. 현재 할 수 있는 일이 철거인데 임기를 생각하면 치적쌓기라는 것은 맞지않는 이야기'라며 "내년 6월 임기까지는 관광극장 부지에 어떤 형태로든 의미있는 문화예술 시설이 세워질 수 있도록 계획을 충실하게 세울 것"이라고 답변했다.
그러면서 "이 정도의 반발은 예상하지 못했으며, 건물의 문화유산적 가치나 희소성을 몰라본 것은 아쉽다"고 인정했다.
시는 앞으로 건축사회에서 제안할 대안을 포함해 안전을 전제로 한 합리적 보존·활용 가능성과 철거 후 활용방안 등을 면밀히 검토하고, 이 과정에서 지역주민과 문화예술단체 등 다양한 분야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