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과제인 주민자치가 잘 되려면?

하승수 / 변호사, 공익법률센터 ‘농본’ 대표

2025-09-30     서귀포신문

이재명 대통령은 916일 국무회의에서 123개 국정과제를 포함한 국정과제 관리계획을 보고받고 최종적으로 확정했다.

그 중에는 주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자치분권 역량 제고52번째 과제로 포함되어 있다. 그리고 구체적인 내용으로 중앙-지방협력체계 구축, 자치입법권 강화, 지방의회법 제정, 주민자치권 확대, 권한이양 확대 등이 제시되어 있다.

모두가 중요한 내용이지만, 특히 주목되는 것은 주민자치권 확대이다.

그 이유는 다른 과제들은 추진여부가 불투명하거나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중앙-지방협력체계 구축이나 자치입법권 강화가 제대로 추진되려면 헌법개정이 필요한데, 헌법개정이 실제로 성사될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그리고 권한이양 확대는 그동안 해 왔던 일이다. 과연 질적으로 다른 권한이양이 될 지는 미지수이다.

지방의회법 제정도 필요한 일이지만 거대정당의 공천만 받으면 당선되는 선거제도의 문제점이 개선되지 않는 한, 지방의회가 크게 개혁되는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자치분권 분야에서 가장 실효성있는 변화를 기대할 수 있는 것은 주민자치권 확대라고 할 수 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내용을 살펴보면, 주민자치회의 법적 근거 마련주민선택 읍동장 임용제 시범실시주민소환제 개선주민자치 강화를 위한 종합계획 마련 등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하지 않다. ‘주민자치회의 법적 근거를 마련한다는 것의 의미는 보다 분명해져야 한다.

지금은 지방자치분권 및 지역균형발전에 관한 특별법에 의해 시범실시되고 있는 주민자치회를 보편적인 제도로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지방자치법 개정이 필요하다. 지방자치법에 주민자치회의 설치, 역할과 기능에 대한 조항을 둘 필요가 있다. 세부적인 구성방식, 운영 등에 관한 내용은 조례에 위임해서 지역 특성에 맞게 정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리고 주민선택 읍동장 임용제의 의미도 보다 분명해질 필요가 있다. 필자가 이해하기에, ‘주민선택 읍동장 임용제는 그동안 여러 지역에서 시도해 왔던 동장 주민추천제를 의미한다.

동장을 하고자 하는 후보자를 공개모집 방식으로 모집해서 주민들의 참여를 통해 읍동장을 임명하는 것이다. 주민참여의 방식으로는 주민투표인단을 모집해서 후보자들의 비전과 공약발표를 듣고 투표하는 방식도 있고, 심사위원회를 구성해서 심사를 하는 방식도 있다. 그리고 읍동장 후보자를 공무원중에서 공개모집할 수도 있고, 민간인까지 개방할 수도 있다. 그 동안에는 지방자치단체장의 의지에 의해 주민추천제 방식을 시도해 왔다면, 이재명 정부는 국정과제로 채택해서 보다 체계적으로 시범실시를 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이런 주민추천 방식이 실질적으로 주민들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 효과를 가져 오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주민추천 방식으로 임명되는 읍동장의 임기를 보장하고(예를 들면 3), 이런 방식을 채택한 읍동에는 자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예산을 일정액 할당한다든지 하는 인센티브가 주어질 필요가 있다. 또한 이런 읍동에는 공간계획이나 지역발전계획을 수립할 수 있는 권한도 부여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읍동장이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할 경우에는 소환할 수 있는 장치도 둘 필요가 있다.

한편 주민소환제도의 실효성을 높이는 것도 필요하다. 핵심은 투표율이 3분의1이 안 되면 개표하지 않는다라고 규정된 부분을 손보는 것이다.

그동안 여러 차례 주민소환투표가 이뤄졌지만, 이 투표율 하한선 조항 때문에 개표도 하지 못하고 무산된 경우가 많았다.

따라서 이재명 정부가 주민소환제도를 개선하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투표율 하한선 조항을 폐지해야 한다. 주민소환 제도가 도입되어 있는 일본의 경우에는 투표율 하한선 조항이 없다. 그래서 우리나라보다는 훨씬 더 활발하게 주민소환 제도가 운영되고 있다.

그리고 관련 제도를 개선하고 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에서부터 시민사회의 참여를 보장할 필요가 있다. 행정안전부 관료들이 지역의 현실, 지방자치의 현실을 잘 알겠는가? 아니면 현장에서 실제로 경험하고 참여하고 있는 활동가와 주민, 지방자치에 애정이 있는 전문가들이 현실을 잘 알겠는가?

따라서 민관이 협력해서 주민자치 관련 제도 개선을 논의하고 추진할 수 있는 추진기구를 구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것이 이재명 정부가 자치분권에 대한 진정성이 있는지를 평가할 수 있는 첫 번째 기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