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양의무자기준 완화와 복지정책의 새로운 전환
서귀포시 주민복지과 김영아
“우리 딸은 결혼했는데 사위도 제 부양의무자예요?”
”부양의무자 기준이 폐지됐다고 언론에서 들었는데 저는 의료급여가 안되는 이유가 뭔가요?“
기초수급자의 보장 적정성을 관리하는 담당자가 종종 듣게 되는 부양의무자 관련 질문이다.
부양의무자란 수급자의 1촌 직계혈족 및 그 배우자를 말한다.
시부모와 처가부모, 자녀와 사위, 며느리도 포함한다.
우리나라 기초생활보장제도에서는 수급 신청자 본인이 빈곤 상태라도 부양의무자가 일정 수준 이상의 소득이나 재산을 보유하고 있으면 기초생계급여, 기초의료급여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어 왔다.
이러한 부양의무자 기준은 2000년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가 시작된 이후 계속 논란의 중심에 있었다. 경제적 어려움에 처한 개인이 복지를 신청할 때 본인의 문제뿐만 아니라 부모와 자녀의 소득과 재산까지 반영해 지원 자격을 결정하기 때문에 가족 간의 관계 단절이나 실제 부양 여부와 관계없이 복지 혜택을 받지 못하는 ‘복지 사각지대’ 문제가 오랜 세월 이어졌다
최근 정부는 이런 문제를 인식하고 제도적 장벽을 해결하기 위해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를 단계적으로 추진 중이다. 2018년 주거급여에서 시작된 부양의무자 폐지는 2021년 생계급여로 확대(고소득,고재산은 제외)되었고 최근에는 의료급여까지 그 범위를 넓혀 나가고 있다.
특히 2025년에 들어 더욱 구체화된 정책이 논의되며 큰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2025년 10월, 정부는 부양의무자 기준 중 의료급여 부양비 산정 방식을 대폭 변경했다.
부양비란 부양의무자가 실제로 비용을 지원하지 않아도 일정 금액을 수급자의 소득으로 반영되는 것으로 과거에는 자녀의 성별에 따라 부양비 부과 비율이 달랐으나(아들 30%, 결혼한 딸 15%) 이제는 모든 자녀에게 10%의 통일된 비율을 적용하고, 2026년에는 의료급여의 부양비 제도를 완전히 폐지할 계획이다.
또한, 생계급여의 경우 현재 반영 중인 고소득·고재산(연소득 1억3천, 재산12억) 부양의무자 예외 조항도 2027년까지 완전히 폐지할 예정이다. 국가가 의료비를 보조해 주는 의료급여도 2030년까지 고소득·고재산 부양의무자에만 기준을 적용하는 방향으로 단계적 완화를 추진한다.
이러한 변화는 수급권이 가족관계에 의해 제한되지 않고, 각 개인의 상황에 따라 보장됨으로써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있도록 현 정부가 목표로 하는 ‘빈곤층 제로 사회’의 청사진을 구현하기 위한 시도라 할 수 있다.
점진적으로 이루어지는 부양의무자 기준 완화는 사회적 약자와 가족관계의 복합성·다양성을 반영하여, 단기적으로는 복지 대상자 확대를, 장기적으로는 실질적인 빈곤 해결을. 궁극적으로는 어떤 상황에서도 빈곤선 이상의 삶이 보장되는 복지사회 실현에 중요한 토대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