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탁에 둘러 앉아 도시의 미래를 논하다

[도시이야기] 신승훈 / 서귀포시 중앙동 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장

2025-10-15     서귀포신문

지난 930, 서귀포시 중앙동 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는 주민협의체, 서귀중앙 마을관리사회적협동조합과 함께 100인 주민 원탁회의를 개최했다.

아마도 중앙동 역사상 처음으로 열린 원탁이기도 하고, 가장 많은 인원이 모인 회의였기에 참여와 반응은 뜨거웠다.

평등한 조건 속에서 토론을 거쳐 얻어낸 원탁 회의 경험을 통해 마을에 대한 자부심과 자긍심이 더 두터워졌으며 마을 공동체 문화에 활기를 한층 더 불어넣게 된 계기가 되었다.

원탁회의는 시민, 주민, 구성원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한자리에 모여 정책, 비전, 현안에 대해 직접 토론하고 의견을 수렴하는 민주적 의사결정 방식이다. 중세 영국 아서왕 전설에서 비롯된 것으로, 왕과 기사들이 원형의 탁자에 둘러앉아 평등하게 의견을 나누는 장면에서 비롯되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준비는 꽤 걸리지만 준비 과정부터 결론까지 여러 순기능의 가치를 담고 있다.

첫째, 관 주도의 일방적 정책 결정에서 벗어나 시민이 직접 의제를 정하고 정책 우선순위를 결정해 행정의 투명성과 신뢰성을 높이게 되어 시민 중심 협치, 숙의 민주주의 및 민관 거버넌스 행정 실현을 가능케 한다.

둘째, 다양한 계층과 세대의 시민이 참여해 목소리 높은 사람의 강력한 주장에서 벗어나 동등한 발언과 시각의 목소리를 수렴할 수 있어 지역 사회나 조직의 핵심 가치와 비전, 다양한 사업 방향을 도출하는 데 효과적이다.

셋째, 단순한 의견 제시를 넘어 주민이 정책 결정의 주체가 됨으로써, 참여와 책임 강화를 통해 지역사회 혁신과 지속가능한 발전을 촉진한다.

이렇듯 원탁회의는 민주적 소통, 참여 확대, 실질적 정책 반영을 통해 지역사회와 조직의 혁신을 이끄는 중요한 의사결정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

필자는 2019년 서귀포시 문화도시 조성사업의 일환으로 개최된 100인 문화원탁 참여를 시작으로 원탁회의를 여러 차례 경험했다.

미래세대부터 어르신까지, 문화와 예술, 생태와 공간, 사회적 약자와 문화소외 계층 등 다양한 세대와 계층과 분야의 시민들이 모여 각 관심 주제별로 열띤 토론을 통해 서귀포시가 어떠한 문화적 성장을 기대하는지 함께 했던 기억이 선명하다. 도시를 이루는 다양한 시민의 바램과 열망이 한 곳으로 모였던 탓일까? 그 해 12, 서귀포시는 대한민국 제1차 법정 문화도시로 선정되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코로나 여파로 2021년 원탁은 참여자 모두 마스크를 쓰고 조심스런 통제 속에 다양한 도시 발전에 대한 여러 의견을 수렴할 수 있었다. 무엇이 시민들로 하여금 마스크까지 쓰고 원탁에 앉아 토론을 하게 만들었는가? 원탁의 힘, 시민들의 힘이 대단하다고 처음 느꼈던 순간이었다.

2023년에는 더 의미있는 원탁을 경험했다. 필자가 서귀포시문화도시센터 근무 당시 문화원탁 사업 담당을 하게 되었다. 문화도시 조성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던 시민과 함께 문화원탁 기획단을 구성하여 운영했다.

매주 1회씩 운영 회의를 통해 문화원탁 전체 기획과 로드맵부터 10개 의제 발굴, 퍼실리테이터 섭외 및 교육, 원탁 운영 방식 및 순서, 장소, 케이터링, 디자인, 홍보 등 하나부터 열까지 열심히 준비했다. 각 의제별로 10개의 문화공간에서 소그룹으로 모여 진행한 소원탁과 100인이 한번에 모여 축제와도 같았던 대원탁까지 무사히 치뤄냈다.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시민들이 함께 이뤄냈다는 자신감과 자긍심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원탁을 라운드 테이블이라고도 하는데, 평등과 개방의 의미를 담고 있다.

상하관계 혹은 어느 특정인만의 의견 반영을 지양하고 다양한 자발적 참여와 평등함 속에서 결론을 도출한다. 옳고 그름을 가려내는 자리가 아니다. 상대방을 존중하는 시간인 것이다. 주어진 시간 안에 상대 의견을 경청하고 내 생각을 이야기한다.

도시는 다양성을 존중해야 생명력을 잃지 않게 된다. 원탁회의를 통해 평등, 민주, 개방적 방식이 공동체를 발전시킬 수 있음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던 소중한 시간이었다. 올 해가 가기 전에 내년을 위한 원탁회의 한번 해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