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칼럼] 90학번의 J-POP, 지금 세대의 K-POP

김은경 / 서귀포시 일본 교류 담당

2025-10-15     서귀포신문

#9 버스 안의 케이팝 데몬 헌터스’, 시대가 달라졌다

얼마 전 일본 중학생들이 우리 시를 방문해 홈스테이를 진행했다. 아이들과 함께 이동하는 버스 안, TV에서는 전 세계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흘러나왔다.

나는 사실 처음 보는 작품이었는데, 일본 학생들이 눈을 반짝이며 열중하는 모습이 신기하기만 했다.

장면이 바뀔 때마다 작은 탄성을 터뜨리는 그 모습, 이 작은 화면 속에 지금의 한국이, 그리고 세계가 주목하는 K-컬쳐의 위상이 담겨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교류 현장에서는 시대의 흐름을 느낄 수 있는 흥미로운 장면을 종종 마주한다. 2010년 전후로는 중학생 홈스테이 신청자는 우리 시에서는 경쟁이 치열한 반면 일본 측은 상대적으로 신청자가 많지 않았다. 또한 한국어를 아는 일본 학생들도 적고 관심도 큰 편은 아니었다.

그러나 아이돌, 떡볶이를 좋아라 하는 일본 중학생들이 점점 늘어나더니 코로나19를 기점으로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다. 이제는 일본 학생들 가운데 한국어를 공부하는 친구들도 많고 K-POP, 한국음식, 드라마, 아이돌까지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갖고 교류를 즐긴다.

아이들뿐만이 아니다. 일본 직원들과의 대화 속에서도 K-드라마의 위상을 새삼 실감했다. 넷플릭스에서 방영된 폭삭 속았수다를 실시간으로 시청하고, 제주 해녀와 여성의 삶, 제주의 돌담 등 제주를 제법 잘 알고 있었다. 우리에게 폭삭 속았수다라며 사투리로 인사를 건네 한바탕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모두 드라마 덕분이다. 이런 작은 장면 속에서 나는 세대와 국경을 넘어 한국 문화가 자연스럽게 스며든 현실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돌아보면 나의 대학 시절, 90학번 시절에는 일문학과 인기도는 꽤 있었고 취업도 잘되었다. 그러나 당시 일본 문화는 공식적으로 개방되기 전이었다. 일본 뉴스, 영화, 드라마, J-POP을 쉽게 접할 수 없었다,

대학 동아리, 학원 교재, 혹은 소수의 비공식 루트를 통해 일본 문화를 만났다. 그래서, 일본잡지 한 권, 드라마 한 편, J-POP 노래 한 곡이 주는 설렘은 지금 세대가 상상하기 어려운 특별한 것이었다. 친구들과 패션잡지를 돌려가며 잡지 속 패션을 따라하며 작은 이야기거리를 만들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나의 세대에게 일본 문화는 그 자체가 희귀했지만, 지금 세대에게 한국 문화는 그야말로 세계의 중심에 서 있다. 일본 학생들이 한국 드라마를 얘기하고, K-POP 아이돌의 콘서트에 열광하며, 한국 음식을 따라 만들어 먹는 모습은 이제는 낯설지 않다.

어른들에게도 K-드라마는 일상적인 화제거리고, K-POP 콘서트에는 중년 팬들도 자리를 메운다. 한국 음식을 배우거나, 한국을 여행하는 일본인도 꾸준히 늘고 있다. 한국의 일상이 일본의 일상과 맞닿아 있는 셈이다.

버스 안의 작은 화면 속 케이팝 데몬 헌터스를 보며 나는 세대의 변화를 새삼 실감했다.

나의 20대는 J-POP을 조심스레 찾아 듣던 시대였다면, 오늘의 10대는 당당히 세계와 함께 K-컬쳐를 소비하고 누리는 세상에 살고 있다. 문화는 이렇게 시대를 비추는 거울이자, 세대를 잇는 다리가 아닐까. 아이들의 반짝이는 눈빛과 손짓, 호기심 어린 질문 속에서 나는 앞으로의 한·일 교류가 더욱 풍성해지고, 세대 간 문화 교류 또한 자연스럽게 이어질 거라 기대해 본다.

문화는 국경을 넘어 우리를 이어주는 가장 든든한 다리임을 다시 한번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