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가 아닌 우리, 노래로 피어난 두 번째 봄’
[동행합창단 정기공연 현장] 홀로 사는 어르신 17명 무대 5월에 이은 두 번째 정기공연 합창으로 되찾은 ‘젊은 시절’
“자, 시작합니다. 집중해주세요”
회색 치마와 흰 셔츠를 맞춰입은 서귀포시 홀로사는노인지원센터(센터장 이규일) 동행합창단(단장 김익수)의 단원들이 수줍게 마이크 앞에 섰다.
지난 달 30일 오후 2시, 서귀포시 삼다종합사회복지관에서는 어르신들의 아름다운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날 공연은 지난 5월 첫 정기공연에 이은 두 번째 무대다. 평균 나이 80세, 최고령 92세 어르신을 중심으로 구성된 동행합창단은 매주 1회 모여 가곡 및 학창시절 음악 시간에 배웠던 노래를 연습해왔다.
동행합창단을 이끄는 김익수 단장(75)은 단원들과 함께 리허설을 진행하며 마지막 점검에 여념이 없었다.
살짝 긴장한 표정으로 시작을 기다리던 단원들은 객석의 가족과 지인들에게 반갑게 손을 흔들며 인사했다.
공연은 제주대학교에서 플루트를 전공하는 양원준 학생의 찬조 연주로 시작됐다. 단원인 강미영 어르신의 손자이기도 한 그의 감미로운 플루트 연주가 마무리되자 관객들은 훈훈한 미소와 함께 박수로 화답했다.
이규일 센터장은 “첫 번째 공연 이후 동행합창단 활동에 대한 소식이 도내에 많이 퍼졌다”며 “인생의 결실을 맺은 단원들의 삶의 경험이 목소리에 녹아나올 것”이라고 인사말을 전하며 기대감을 높였다. 이어진 무대에서는 방과 후 교사로 초등학생들을 가르치는 김미아 연주자가 바이올린으로 헝가리무곡 5번을 선사하며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본격적으로 동행합창단의 무대가 시작됐다. 가곡 ‘가을밤’이 첫 곡이었다. 어르신들이었지만 청아한 목소리로 혼신을 다해 노래를 이어가는 모습에 관객들은 열정적인 박수와 동시에 휴대전화를 꺼내 그들의 모습을 화면에 담았다. ‘희망의 속삭임’, ‘메기의 추억’을 끝으로 1부가 끝나자 단원들은 다소곳이 인사를 보냈고 관객들은 뜨거운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2부 순서는 다시 초대 가수의 찬조 무대로 시작됐다. ‘10월의 어느 멋진 날’, ‘테이크 미 컨트리로드’ 등 익숙한 노래가 나오자 관객들은 흥에 겨워 노래를 따라하며 기분을 만끽했다.
마지막 순서로 동행합창단 단원들이 다시 무대에 섰다. 2부 순서는 ‘유어 마이 선샤인’, ‘아름다운 베르네’, ‘켄터키 옛집’, ‘홀로 아리랑’의 순서로 꾸며졌다. 두 번째 무대의 관객 반응은 더욱 열정적이었다. 가사나 박자가 틀리는 실수 한번 없이 안정적인 기량을 보여준 단원들의 음성이 잦아들자 관객들은 한 목소리로 ‘앵콜’을 외쳤다. 앵콜곡으로 양희은의 ‘아름다운 것들’을 준비한 단원들은 노래가 끝나자 그제서야 긴장이 풀린 듯 편안한 표정을 지었다.
공연을 마친 후 강미영 단원은 “정말 행복하다. 3월부터 일주일에 한 번씩 연습을 계속 해왔다”며 “그 전에는 밖을 거의 안 나갔는데 합창단 덕에 숨을 쉴 것 같은 기분이다”고 소감을 전했다.
부성순 단원은 벅찬 얼굴로 “동행합창단을 하면서 지난 날을 새로 불러와 젊은 시절로 돌아간 듯한 기분을 느낀다”며 미소지었다.
기념촬영을 마친 단원들은 ‘동행~’을 외치며 두 번째 공연의 막을 내렸다. 지난 5월 봄 새싹처럼 피어났던 목소리는 이번 두 번째 정기공연에서는 가을처럼 깊어진 목소리로 관객들에게 감동을 선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