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칼럼] ‘서귀포학(西歸浦學)’을 세워야 한다

윤봉택 / 시인, 삼소굴 시자

2025-11-12     서귀포신문

혹자는 묻는다. ‘제주학(濟州學)’이면 되었지, 무슨 또 서귀포학(西歸浦學)’이냐고.

나는 다시 묻는다. ‘서귀포학이 없는데, 어떻게 제주학이 있을 수 있겠냐고.

학문은 사람으로서만 할 수 있는 고유한 문화이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 형성되는 게 문화이다. 따라서 학문이 없는 집단은 영혼 없는 집단이나 진배가 없다.

제주도정은 중앙정부가 제주도를 괄시한다고 한다. 면적도 작고, 인구는 더 적고, 그에 따라 지원 예산도 턱 없이 적고, 그러면서 모든 게 불평등하다고 한다. 그러면 제주도정은 제주와 서귀포를 대함에 있어, 저울처럼 정대했었는가.

도청 산하에 숱한 기관이 있지만 달랑 감귤 연구기관 하나 말고는 전무한 상태이다. 무엇을 해도 산북이 먼저 충족되고 나서야 산남으로 흘려 보낸다. 이래 가지고서야 어떻게 문화가 전승되고 창달될 수가 있겠는가.

이제부터라도 서귀포다움을 시민 스스로 찾아야 한다. 105개 마을 올레마다 스미고 돌담마다 청태 낀 서귀포의 문화를 찾아 기록해 자원화해야 한다.

사전적 의미에서 문화는 자연 상태에서 벗어나 삶을 풍요롭고 편리하고 아름답게 만들어 가고자 사회 구성원에 의해 습득, 공유, 전달이 되는 행동 양식이요. 높은 교양과 깊은 지식 또는 세련된 아름다움이나 우아함, 예술풍의 요소 따위와 관계된 일체의 생활 양식이라 하고 있다.

때문에 우리는 서귀포학을 통해 가장 서귀포다운 서귀포 정신을 찾아 선양하고 이 시대의 시민 가치관으로, 제주에서 가장 먼저 해가 뜨는 일출봉에서부터 송악산까지, 백록담에서 이어도까지 면면히 이어진 문화의 자존을 찾아 지키며 전승하여야 한다.

서귀포학 정립은 지방화 시대의 첫발자국이 되어야 했다. 그런데 2006년 잘못된 도정의 선택으로 인해 제주특별자치도로 흡수 통합되면서, 모든 면에서 특별한 게 아니라, 후진성을 면치 못하는 낙오된 문화로 박제되고 말았다. 지금은 전국적으로 지역의 학문을 선양하기 위한 노력이 지자체별로 경쟁하듯이 호남학·영남학·고창학·익산학·정읍학·밀양학 등등 지역 학문의 선양을 위해 연구 단체들이 지자체의 관심 속에 속속 발족되고 있다.

문화가 없는 시민은 자존이 없다. 올해로 서귀포문화원이 창립 30주년을 맞이한다고 한다. 그 동안 문화원은 지역문화 발굴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해온 게 사실이지만, 이제부터는 서귀포의 문화적 자존과 가치관을 발굴해 이를 널리 전승 발전시켜 나아갈 향후 30년의 계획을 정립하여야 한다.

그 출발점은 서귀포학을 세워 정립시켜 나아가는 것으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서귀포시에서도 적극적인 행정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시민의 높은 관심과 참여도이다. 늘 깨어 있는 의식으로 시민의 자존을 열어나가야 한다.

제주도는 조선 초부터 1(제주목) 2(정의·대정현)으로 시작되어 지금까지 그러한 행정 체계가 유지되고 있는 가운데, 한라산을 중심으로 산남과 산북이 다른 문화 속에 공존해 왔다.

농경문화에 있어서도 지역마다 생산 작물이 다르고, 목축에서부터 어업에 이르기까지 다른 기후와 환경 속에 독특한 문화가 탄생되어 전승 보전되어 왔다. 이처럼 문화는 가장 향토적이고도 지역적인 공감을 바탕으로 그 어머니의 어머니로부터 끈끈하게 유지되어 자존으로 빚어지는 것이다.

, 서귀포학은 서귀포의 존재에 대한 존엄성을 우리 스스로 밝혀 우리가 누구인지를 알고 서귀포의 주인으로서 느끼며 공유하는 자긍심인 것이다. 서귀포의 마을마다 돋아나는 문화 자원을 발굴해 연구하고, 콘텐츠화해 재창조의 과정을 통해 좋은 것을 더욱 낫게 전승시켜 나가는 것이 이 시대의 사명이요 정신이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