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성 인정 못하면 갈등이 된다

2025-11-12     서귀포신문

정부가 2015년 11월 10일 제주공항 인프라 확충 사전타당성 조사 용역 결과 최종 보고회에서 제주 제2공항 건설 방안을 발표했다. 1990년 4월 정부가 제주권 신국제공항 개발 타당성 조사에 들어가면서 본격적으로 제주공항 인프라 확충 논의가 이뤄진 이후 25년 만에 나온 결과다.

하지만 정부가 제주 제2공항 건설 계획을 발표한 지 두 달 만인 2016년 1월 7일 가칭 성산읍 제2공항 반대위원회가 구성됐고, 같은 해 7월 25일 제주 제2공항 성산읍 반대 대책위원회가 공식 출범하면서 반대 활동도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제주 제2공항 건설 계획이 발표된 이후 10년째 제주 사회는 공항 건설 찬성과 반대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제주 사회는 특히 제2공항 건설 찬성, 반대 의견을 민주주의 사회의 ‘다양한 의견’이 아닌 ‘갈등’으로만 평가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제2공항 건설 방안이 발표된 이후 10년 동안 이어진 타당성 조사와 여론조사, 공청회와 환경영향평가 과정 등은 마치 민주주의 절차를 이행하는 것처럼 보였다. 절차가 있다는 것이 희망이었지만, 그 절차가 제대로 작동했는지에 대한 의문은 오히려 더 커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사회 구성원이 다양한 의견과 가치, 신념을 가지고, 나와 생각을 달리하는 상대를 설득하며 합의점을 도출하는 것이 민주주의 사회를 구현하는 핵심으로 평가받는다. 제주 제2공항 건설 사업에서는 다양한 의견이 표출됐지만 도민 사회가 이를 ‘갈등’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러한 현상에는 정책 추진자인 정부와 제주도 등 행정의 책임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정부와 제주도, 정치권은 ‘도민 목소리를 더 듣겠다’ ‘소통하겠다’라는 말을 반복하고 있지만, 실제로 무슨 말을 듣고 누구와 소통하겠다는 것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사회 구성원도 나와 생각이 다른 상대를 인정하지 않고, 내 말을 듣지 않으면 불통이라고 단정하는 모습을 보인다.

민주주의는 다수의 결정만이 아니라, 소수의 목소리가 묻히지 않고 존중되는 구조다. 그러나 현실은 그 구조를 조정·운영할 제도적 역량이 뒤따라야 작동한다. 수많은 토론회, 공청회, 여론조사와 같은 장치는 그저 형식에 머물러선 안 된다. 

교통과 관광, 경제의 확장을 외치는 목소리도, 자연과 생태, 지역 문화의 보전을 호소하는 의견도 모두 정당한 민주적 발화다. 서로 다른 이해관계가 부딪힌다는 사실은 결코 민주주의가 실패했다는 증거가 아니다. 오히려 다양한 목소리가 살아 있다는 증거다.

그러나 현재 제주 사회에서는 의견 충돌이 ‘갈등’으로 고착되고 있다. 제2공항 문제는 ‘장기 갈등’으로 평가받아 왔다. 이유는 뚜렷하다. 다른 입장이 공적 절차 속에서 설득·조정되지 못했고, 절차에 대한 신뢰가 무너졌으며, 감정이 자리를 잡았기 때문이다. 

갈등은 발전으로 가는 시작일 수 있다. 다양성은 그 자체로 민주주의의 자산이기 때문이다. 제2공항 논쟁이 제주 사회의 분열이 아닌, 더 나은 민주주의로 나아가는 발판이 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