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이야기] 골목, 도시의 미래 콘텐츠로 향하다

신승훈 / 서귀포시 중앙동 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장

2025-11-19     서귀포신문

드라마응답하라 시리즈는 많은 이들에게 재미와 감동을 주면서 다양한 곳에서 파급효과를 이끌었다.

당시 소품, 음악, 패션, 음식, 거리, 유행 등 1980~1990년대 생활을 잘 구현해 시청자로 하여금 맞아, 나 때는 저랬는데라는 향수를 느끼도록 했다.

드라마는 끝났어도 지금까지 재방송을 계속할 만큼 인기는 여전하고 아직도 곳곳에서 레트로, 복고의 문화는 계속 번져가고 있다.

필자가 드라마에서 주목한 부분은 골목이었다. 이야기의 무대는 신촌 하숙집, 쌍문동, 포장마차 등인데 골목 하나를 두고 마주하던 이웃과의 스토리가 시리즈의 핵심인 것이다.

골목 하나를 두고 각자 아침마다 빗자루로 집 앞을 쓸거나 벨을 눌러 안부를 전하고 반찬을 서로 챙겨 주거나 더운 여름이면 수박을 나누기도 했다.

집 안에 일이 생기면 이웃이 와서 도와주거나 슬픔을 나누고 심지어 돈을 빌려주거나 계를 하며 지냈던 기억도 있다. 그 시절을 추억하며 화제가 되었던 것은 바로 골목이라는 공간에서 내뿜는 문화의 힘이다.

제주, 육지 가릴 것 없이 이웃과의 관계는 골목에서부터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서로 다른 형태일지라도 골목에서 만들어낸 공동체 문화는 존재했다.

어린 시절 골목에서 뛰놀거나 짬뽕, 축구같은 공놀이도 했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화제가 되었던 오징어 게임도 골목에서 만들어졌다.

그 시절로 돌아갈 수는 없지만 어린 시절 뛰놀던 그 골목이 여전히 있다면 그 공간에서 회상에 젖어 추억에 젖기도 한다. 필자도 가끔 추억으로 가득한 동네에 찾아간 적이 있다.

아파트로 변했거나 새롭게 생긴 길 때문에 옛날집을 찾는데 몇 번이고 헤매기도 했다.

그 때는 커다랗게 보였던 골목이 지금은 왜 그렇게 작아 보이던지, 그 때 살던 이웃은 다들 어디에서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하기만 하다.

서귀포시 중앙동에도 골목길이 남아있다. 방치된 곳도 있고 여전히 사람이 지나가는 곳도 있다. 쓰레기가 버려지기도 하고 잘 정돈된 길도 있다.

그걸 볼 때마다 어떻게 하면 저 골목이 주민과 방문객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는 골목이 될 수 있을까?’하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골목에서 주민과 함께 공동체 문화를 활성화 할 수 없을까? 골목길의 예술적 변화를 통해 새로운 명소가 되어 마을에 활기를 불어 넣을수 없을까?

새로운 것을 임의적으로 만드는 것보다 기존에 있는 것을 재발견해 도시를 재생시키고 콘텐츠화를 통해 마을 부가가치를 높여 활성화하는 변화를 고민하게 된다.

그 결과, 주민들과 논의해 골목을 중심으로 도시재생 예체능축제를 열기로 했다. 골목에서 남녀노소 참여할 수 있는 전통놀이를 하고, 추억의 게임과 먹거리를 즐기고 제주전통음식 체험과 골목전시회, NFC 보물찾기, 골목 중고마켓도 열릴 예정이다.

큰 축제 장소를 벗어나 우리가 살아왔고 지금도 살아가는 골목길, 그리고 새로운 3개 거점 시설을 활용한 골목올림픽을 오는 23일에 개최하고자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

기존에 없던 실내 암벽등반도 새롭게 선보이고, 창의공작소 개념인 팹랩장비를 도입해 청년 유입 활성화 프로그램도 준비하고 있다.

그 예로, 한라대학의 협업으로 중앙동 골목길을 청년의 시각으로 재해석하는 예술 콘텐츠를 개발하고 있다. 중앙동의 미래가 기대되는 이유이다.

골목은 그대로 방치하면 흉물이 되지만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면 삶의 추억이 깃든 유무형의 콘텐츠로 미래자산이 된다.

K-콘텐츠가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며 유행이다. ‘우리 것이 소중한 것’, ‘지역문화가 세계적 문화라는 말은 허구가 아니다. 골목 문화가 미래 콘텐츠로 활용될 수 있음을 중앙동 도시재생 차원에서 추진하고 있다.

중앙동에는 바다, 오름 등의 자연자원이 없어 아쉽지만 올레시장과 골목길로 옛 삶을 추억할 수 있는 생활문화 자원이 남아있다. 남들이 다 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다양한 아이디어와 새로운 시각으로 도시가 재생되는 그 길을 찾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