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다음 경쟁력, 반려문화가 될 수 있을까

고종환 / 제주펫스쿨 훈련사

2025-11-26     서귀포신문

제주도는 과거부터 현재까지 끊임없이 변화해 온 섬이다. 예전에는 신혼여행지로 주목받았고 이후 레저와 힐링, 자연 체험 등으로 관광이 다변화되며 지금까지 꾸준히 성장해왔다.

이제 제주는 또 한 번 새로운 변화 앞에 서 있다. 바로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삶과 여행을 중심으로 한 반려문화의 확장이다.

한국은 이미 반려동물 양육 인구가 1000만명을 넘어섰다. 1인 가구 증가와 가족 형태의 변화로 반려동물은 이제 함께 살아가는 가족 구성원으로 인식된다. 이런 흐름은 여행과 소비, 서비스 산업으로 확장되고 있으며, 특히 제주도는 자연환경, 관광 인프라, 지리적 정체성 덕분에 반려문화 발전에 최적화된 기반을 갖추고 있다.

최근 제주를 찾는 관광객 중에는 반려동물을 동반한 이들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해변과 숲길, 오름과 같은 제주의 자연환경은 사람뿐 아니라 반려동물에게도 건강한 움직임과 감각적 경험을 제공한다.

반려인이 제주라서 선택하는 여행이 아니라, ‘반려동물과 함께하기 때문에 제주를 선택하는 여행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도내 카페, 숙박업소, 체험시설 등에서도 반려 동반 고객층을 위한 공간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으며, 이는 제주의 관광 경쟁력이 한 단계 확장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러한 흐름이 단순한 소비 형태를 넘어 문화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반드시 두 가지 기반이 필요하다.

첫째는 정책과 산업적 기반, 둘째는 교육과 책임 의식 기반이다.

제주가 선도적으로 준비해야 할 산업적 기반은 연결표준화. 반려동물 여행객들이 원하는 것은 단순히 동반 가능 여부가 아니라, 예측 가능한 이용 경험과 안전함과 편안함의 환경이다. 숙박, 교통, 공공시설, 체험 프로그램 등에서 반려동물 기준이 분산되어 있다면 제주의 잠재력은 온전히 쓰이지 못할 수 있다. 단일 기준과 인증 체계를 마련하고 체계적으로 연동한다면 이는 단순한 서비스 제공을 넘어 반려관광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는 토대가 될 것이다. 또한 제주 농수산 자원을 활용한 반려산업 연계도 중요한 성장 축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도내 기업인 포링클린은 제주 용암수를 활용한 반려견 전용 청결제뿐만 아니라, 제주산 광어, 전복, 흑돼지, 당근, 고구마 등 지역 특산물을 활용한 반려견 간식까지 개발하고 있다. 이러한 사례는 반려문화 확장과 지역 산업 연계가 추상적 목표가 아님을 보여주는 좋은 예다.

또한 이와 같은 산업적 시도는 관광과 체험 프로그램과도 연결해 반려견 동반 숙소에서는 웰컴 키트로 반려견 전용 세정제와 제주 특산품을 활용한 반려견 간식 또는 자연식 등을 제공하면 반려견과 함께하는 여행객에게 큰 감동을 전달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산업과 서비스만으로는 진정한 반려문화가 성숙할 수 없다. 문화는 결국 사람들이 만들어가는 것이다.

따라서 제주가 꿈꾸는 반려문화는 단순한 공간 제공형 문화가 아니라, 교육이 함께하는 문화여야 한다. 반려동물 행동 이해 교육, 사회화 훈련, 보호자 에티켓, 공공장소 이용 규범 등은 제주가 반려관광 선도 지역으로 발전하기 위한 핵심 요소다.

또한 반려문화가 확산되기 위해서는 반려인의 노력과 참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산업과 정책이 갖춰져 있어도, 보호자가 문화적 책임을 실천하지 않는다면 공공의 공간과 반려동물 모두에게 안전하고 행복한 환경을 제공할 수 없다. 제주에서 반려동물을 동반하는 모든 여행자와 지역 주민이 스스로 책임을 다하고, 교육과 배움을 이어가는 과정이야말로 반려문화의 근본을 만드는 길이다.

제주는 준비된 땅이다. 자연, 인프라, 접근성, 관광 경험, 농수산 자원 등은 반려문화 발전에 충분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연결, 체계, 그리고 공존에 대한 철학이다.

정책과 산업의 연계, 교육과 책임 문화의 확장, 그리고 무엇보다 반려인들의 지속적인 참여가 이루어진다면, 제주도는 단순히 반려동물 동반이 가능한 섬이 아니라, 반려동물과 함께 살아가는 문화를 가진 섬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제주가 인간과 동물, 그리고 자연이 공존하는 미래를 만들어가기를 기대한다. 반려동물에게도 기억될 수 있는 제주, 그것이 우리가 함께 만들어갈 다음 제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