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동 골목에 피어난 추억, 세대를 잇다

[서귀포 중앙동 골목 올림픽 현장 스케치] 성화봉송으로 시작된 개회식 엽전으로 즐기는 추억 간식 도시재생 새로운 모델 제시

2025-11-26     구혁탄

 

 

지난 23일 일요일 이른 오전, 서귀포 원도심은 한산한 분위기였지만 중앙동주민센터 뒷편 중앙목욕탕 앞 골목만큼은 유난히 들떠 있었다. 이날 '2025 3회 중앙동 도시재생 예체능축제 - 모두의 골목 올림픽'이 열렸기 때문이다.

옛날 어린아이들이 뛰어놀았을 골목길은 이제 어른이 된 중앙동 주민들과 그 자녀들로 북적였다. 오전 10, 오순문 서귀포시장과 위성곤 국회의원, 김영관 서귀중앙 마을관리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강충룡 제주특별자치도의회 부의장, 강상수·강하영·김대진 도의원 등이 참석한 가운데 개회식이 시작됐다.

개회식은 성화점화식으로 막을 열었다. 성화봉송 주자로 나선 서귀중앙초 학생들은 추억의 노란색 체육복을 입고 횃불 모양 장난감을 들고 등장했다. 횃불을 전달받은 오순문 시장이 바람을 표현한 조형물에 점화하는 퍼포먼스로 축제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김영관 이사장은 "모든 세대가 재미있게 참여할 수 있도록 준비했다""함께 준비해주신 중앙동 주민들과 상인들께 감사드린다"고 인사하며 힘찬 목소리로 개회를 선언했다.

오순문 시장은 "내가 어릴 적 가장 활발했던 곳이 바로 중앙동이었다""곧 문화광장이 완공되면 올레시장과 문화광장, 이중섭거리가 연결되는 문화 공간으로 다시 활발해질 것"이라고 축제의 성공을 기원했다.

위성곤 의원도 "중앙동이 많이 바뀌고 있다. 아시아CGI애니메이션센터, 문화광장 등 문화 기반이 넓어지며 중앙동이 활력의 공간이 될 것"이라며 축사를 전했다.

중앙목욕탕 앞에서는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제기차기·고무줄놀이 등 추억의 골목놀이가 펼쳐졌다. 시합 참가자들은 축제 측에서 준비한 엽전을 받아 빙떡과 기름떡, 달고나, 팝콘 등 추억의 음식으로 바꿀 수 있었다.

 

중앙동 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와 서귀중앙 마을관리사회적협동조합이 주관한 이번 축제는 거점시설 3곳의 활용도 돋보였다. 드리미센터와 만드미센터, 오르미센터로 이름 붙여진 각 센터에서는 각각 로컬 크리에이터 활성화를 위한 미니포럼과 어르신 뷰티 힐링체험, 클라이밍 체험 등의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펼쳐졌다.

특시 중앙동 도시재생 거점시설인 드리미센터 2층에서는 '서귀중앙초등학교'라는 주제로 열린 기획전시회가 눈에 띄었다. 학교 역사 소개와 함께 현재 학생들이 중앙동 구석구석을 찾아다니며 직접 그리고 제작한 작품들이 전시됐고, 한쪽에서는 '서귀중앙 미술부'라는 주제로 중앙동 출신 작가들의 작품과 함께 옛 서귀포 원도심의 생활상을 생생히 보여주는 사진전이 열렸다. 어르신 관람객들이 옛 사진을 보며 탄성을 지르는 동시에 추억에 젖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시간이 지나자 중앙동 골목 일대는 온통 뉴트로스포츠를 즐기는 사람들로 가득 찼다. 뉴트로스포츠는 '전통놀이의 본질을 살리면서 현대적인 경기 규칙을 적용해 스포츠화한 생활체육'을 일컫는다. 대형 윷을 이용한 윷놀이를 즐기는 주민들의 얼굴에는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참가자들을 위한 빙떡을 조리하는 부스의 중앙동부녀회 강현옥 어르신은 "너무 즐겁다. 어릴 적 골목에서 공기치기도 하고 숨바꼭질도 했는데 그 느낌이 오늘 그대로 살아난 것 같아 행복한 기분"이라고 말했다.

제주시 삼성초등학교 4학년 김예지 학생은 "아빠가 행사가 재미있을 것 같다며 같이 가자고 해서 왔는데 생각보다 훨씬 재미있다. 달고나도 먹고 팝콘도 먹고, 어른들이 놀거리가 없어 옛날에 이렇게 놀았을 거라고 생각하니 조금 웃기기도 했다"고 답했다.

이번 축제는 도시재생 관점에서 마을의 골목길과 거점시설을 문화 콘텐츠로 재구성해 지역 공동체를 활성화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골목길에 울려 퍼진 웃음소리와 함성, 그리고 추억을 되새기는 어르신들의 따뜻한 미소. 이번 중앙동 골목 올림픽은 단순한 축제를 넘어 세대를 잇는 소통의 장이었다. 이런 행사가 지속되어 지역민은 물론 관광객까지 끌어들이는 새로운 도시관광의 형태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