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가파도는 가파도 다워야

2010-04-01     서귀포신문

 ‘섬 속의 섬’ 가파도를 국내의 대표적 자연친화 경관지로 조성하려는 움직임이 펼쳐지고 있다. 가파도는 그동안 소수의 낚시꾼들만 드나들던 변방 도서에 머물렀다. 불과 10여년 전에는 훗날 논란도 있었지만 주민들을 이주시켜 우주센터를 조성하려는 시도조차 있었다.  

 하지만 때 묻지 않은 순수함과 느림을 추구하는 최근의 웰빙 바람 영향으로 생태관광 가치가 뒤늦게 재인식되고 있다. 수려한 경관이나 국토 최남단이란 상징성 면에서 가파도는 우도나 마라도에 비해 한 단계 뒤처진다. 그럼에도 가파도에는 다양한 역사유물과  문화유적, 식물자원, 특산물 등 관광자원이 곳곳에 널려 있다. 가히 ‘보물섬’이라 할만하다.

 최근에는 일부 주민들 사이에 관광을 통한 소득창출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드넓은 청보리밭이 조성됐다. 새로운 관광자원인 청보리밭 일대에는 올레코스가 신설되고 올해로 2회째 청보리 축제도 개최되고 있다. 

 가파도 방문의 최대 걸림돌이던 접근성 문제도 최근 대형 여객선의 신규 취항으로 일거에 해소됐다. 넘쳐나는 관광객들을 실어 나르기 위해 여객선 운항이 늘어나면서 주민들의 뭍 나들이도 덩달아 편리해졌다.

 최근 서귀포시가 가파도를 자연친화 경관지구로 조성하려는 움직임에 본격 착수한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구체적인 경관지구 조성방안이야 각계 전문가들의 심층 검토에 의해 드러나겠지만, 가파도의 자연 원형을 최대한 보존하려는 시도에는 공감을 표명한다.

 최근 국토 최남단 마라도에는 최근 섬 이미지에도 맞지 않는 국적 불명의 골프카트가 범람하다, 급기야 주민갈등으로 번진 사례가 발생했다. 청정자연을 자랑하던 우도에도 관광객 차량이 쇄도하고 고급 펜션들이 속속 들어서면서 섬의 원형이 급속히 훼손되고 있다. 

이런 시점에서 행정당국이 앞장서 개발바람에서 비껴난 가파도의 자연을 원형 그대로 보존하려 시도에 나서는 것은 높이 평가할만하다. 가파도만은 마라도와 우도의 전철을 밟지 않고 난개발에서 지켜내도록 우리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한다. 

 가파도가 국내의 대표적 자연경관지로 발돋움하려면 무엇보다 주민들의 이해와 협조가 최대 관건이다. 건축 제한과 통행 제한 등 사유재산 침해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관 주도로 일방 추진돼서는 안 된다. 도시민에게는 안락한 쉼터가 제공되고, 주민에게는 소득 창출이 안겨지는 상생 모델이 느긋한 시간을 두고 제시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