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서귀포시를 ‘책 읽는 도시’로
서귀포시를 ‘가장 책을 많이 읽는 도시’로 만들기 위한 움직임이 꿈틀거리고 있다. 민간이 주도하고 관이 지원하는 방식의 서귀포시민 책읽기 위원회가 발족하면서 지난 8일에는 ‘책 읽는 서귀포시 선포식’이 열렸다. 독서의 계절인 가을의 문턱에서 시작된 책읽기 운동이 범시민이 참여하는 공동체 문화로 발전하길 기대해 본다.
최근 미국의 ‘원 시티 원 북’과 영국의 ‘북 스타트 운동 등이 잔잔한 성과를 거두면서 국내에서도 성공사례를 도입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1998년 미국 시애틀에서는 시민들이 ‘앵무새 죽이기’라는 책을 함께 읽고 토론함으로써 인종차별을 해소하고 사회통합에 기여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영국 버밍햄시의 공공 보육기관은 1992년에 어려서부터 책과 친해진 아기들이 다른 아기들에 비해 책을 좋아하고 읽고 쓰는 능력이 훨씬 앞서고 있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선진국의 이 같은 사례는 자국 국민들에게 독서의 중요성을 전파하면서 최근 한국의 여러 도시에서 독서운동을 범시민 캠페인으로 추진하려는 시도가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최근 서귀포시에서도 공공 도서관의 대출 시스템 개선과 작은 도서관의 꾸준한 확충 등으로 독서인구의 저변 확대에 다양한 노력을 쏟고 있다. 하지만 관 주도의 독서운동은 그 대상이 한정적이며, 풀뿌리 시민운동으로 이어지기에는 역부족이다. 선진국에서는 도서관이 시민들이 부담 없이 즐겨 찾는 문화 공간 또는 휴식처로 자리매김하고 있지만, 서귀포시에서는 취직이나 수험을 준비하는 일부 계층의 학습공간 역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독서는 시민의 양식을 살찌우는 평생의 과업임에도 대입 논술고사가 끝나면 책을 덮어버리는 오랜 관행 탓에 독서 인구의 저변 확대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서귀포시에 건전한 여론형성이나 토론문화의 부재가 엿보이는 것도 독서의 생활화가 이뤄지지 않은 요인도 간과할 수 없다.
최근 서귀포시에서 첫 삽을 뜬 책읽기 시민운동은 그간의 시행착오를 딛고, 민과 관이 공동 참여하는 공동사업이란 점에서 관심을 끌고 있다. 민간 출신으로 첫 시장에 부임한 고창후 서귀포시장도 취임사에서 시민의 독서운동을 소리 높여 강조해 순항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다. 한 권의 책이 한 사람의 인생을 움직이듯, 한 권의 책이 서귀포 시민 전체의 행복과 서귀포시 발전에 기여하는 밀알이 될 수 있기를 거듭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