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서귀포에서 다시 열리는 탐라문화제
'천년 탐라문화! 세계 문화유산으로…'를 주제로 내건 제49회 탐라문화제가 천지연광장을 주행사장으로 10월1일부터 5일간 서귀포시 일원에서 펼쳐진다. 반세기 전환점을 눈앞에 둔 올해 탐라문화제는 전통문화축전, 관광문화축전, 화합문화축전에 목표를 두고 100만 제주인의 제주문화 큰 잔치로 열린다. 16개 축제 100여개 행사로 지난해보다 30여개 행사가 늘어나 질량감에서 더욱 풍성해졌다.
그런데 제주의 대표적 전통문화예술 축제인 탐라문화제가 올해로 49회째를 맞는 과정에서 서귀포시에선 재작년에 이어 고작 두 번째 열린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서귀포시를 문화예술도시로 만드는데 기여하고자 서귀포시에서 두 번째 개최하게 됐다는 제주도 관계자의 설명이지만, 얼핏 서귀포 시민들에게는 생색내기로 비쳐진다.
사실 한국예총 제주도지회가 주최하는 탐라문화제가 2년 전 서귀포시에서 처음 개최된 데에는 나름대로 사연이 있다. 그동안 제주시 출신들이 독점해 온 예총 도지회장직에 처음으로 서귀포시 출신이 선임되면서 의욕적으로 서귀포시 개최를 추진하게 된 것. 이번에 2년 만에 서귀포시에서 행사가 다시 열리는 것도 서귀포시 출신 현직 도지회장의 입김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최근 변시지 박물관 건립 논란에서 보듯 서귀포시에는 그동안 문인이나 서예가, 화가 등 문화예술 각 분야에서 명망 높은 대가들이 꾸준히 배출돼 왔음에도 문화 인프라 구축과 문화예술정책은 제주시에 비해 늘 찬밥신세였다. 최근 서귀포종합문예회관 건립이 착공식 이후 1년 동안 방치되거나 서귀포에 입주를 공약했던 제주도청 문화정책과가 도청에 계속 존속한 것 등은 서귀포시 문화예술 홀대를 뒷받침하는 대표적 사례다.
2년전 탐라문화제 첫 성공적 개최를 계기로 서귀포시에서 격년제로 개최하자는 시민들의 요구가 드세게 일고 있으나 실현 여부는 매우 불투명하다. 행사 장소나 문화예술 공간 문제, 관중 동원이나 시민들의 열기 등 여러 사항들을 들먹이며 행사 주최․ 주관부서에서 서귀포시 개최에 난색을 표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면에서 올해 탐라문화제에는 서귀포 시민들에게도 각별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서귀포 시민의 참여 정도에 따라 앞으로의 행사 개최지 선정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수 있게 된다. 지역 균형발전이니, 문화예술의 변방이니 하는 해묵은 논제를 꺼내기에 앞서 시민들 스스로 축제의 한복판에서 신명나게 즐겨 보려는 자세와 여유를 지녔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