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문화예술 도시, 말 보다 실천
서귀포시를 ‘문화예술의 도시’로 만들려는 노력이 각계에서 꿈틀대고 있어 이목이 쏠리고 있다. 교육․의료 문제 등 지역발전의 낙후 탓으로 젊은이들이 빠져나가는 서귀포시가 활력을 되찾으려면 문화예술 분야를 집중 육성해야 한다는 데에 분명 공감한다. 추사 김정희 선생을 비롯해 소암 현중화, 이중섭 ․변시지 화백, 김광협 시인 등 숱한 문화예술계 거장이 배출된 서귀포시가 예향의 도시 면모를 전혀 갖추지 못하는 것은 한편으로 부끄러운 일이다.
최근 서귀포시의 한 시민사회단체는 문화예술 분야 발전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시민토론회를 개최해 눈길을 끌고 있다. 비록 사전준비가 소홀한 탓인지 시민들의 참여는 많지 않았으나 서귀포시를 문화예술의 메카로 조성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이 봇물을 이뤘다. 민선 5기 들어 취임한 서귀포시장도 문화예술 단과대학 설립을 주요 공약으로 내걸고 행정력을 기울이고 있어 성사여부에 기대를 모으고 있다.
지난 토론회에서 각계 전문가들이 제기했듯이 서귀포시 문화예술 발전을 위해서는 건축물 등 외형에 대한 투자보다는 사람과 내용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다는 지적에 대해 주목할 필요가 있다. 최근 시 지역에는 수려한 자연경관과 웰빙에 적합한 주거여건 등이 부각되면서 전국의 유명 문화예술인들이 제2의 인생을 설계하려는 시도가 점차 고개를 들고 있다.
서귀포시는 이들 문화예술인들이 지역에 적극 유치하고 서귀포시를 소재로 한 작품을 남겨 지역을 홍보하도록 지원방안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구 도심지의 빈 건물들을 적극 활용해 예술가들의 안정적 작업환경을 구축하거나 다양한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도입한다면, 적은 비용으로도 문화예술계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을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지난 주말 서귀포시 이중섭미술관 앞 잔디밭에서 열린 이생진 시인의 시 낭송회 행사는 신선한 자극이 되고 있다. 정방동 주민자치위원회가 주최한 이번 행사에는 자발적으로 모여 든 시민과 관광객들이 행사장을 빼곡히 메우면서 시와 음악이 곁들여진 가을밤의 낭만을 흠뻑 만끽했다. 3년 째 관 주도로 이뤄지고 있는 거리공연 행사가 최근 주변 상가와 마찰을 빚으며 침체 양상을 겪고 있는 것과 대조를 이루고 있다. 최근의 시민토론회와 시낭송회 행사 등에서 드러난 내용들을 면밀히 검토 분석해 서귀포시가 문화예술 도시로 거듭나도록 민관이 함께 머리를 맞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