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처음처럼’ 자세로 공직사회 재건
민선 5기 제주도정 출범과 함께 서귀포시정을 이끄는 고창후 시장이 취임 후 최대 시련을 맞고 있다. 다름 아닌 최근의 잇따른 공직기강 해이 사례에 대해 시민들의 불신과 비난이 갈수록 드세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서귀포경찰이 발표한 시청 6급 공무원의 비위 사실은 시민들의 눈과 귀를 의심케 할 정도로 충격적이었다. 중견 공무원이 뇌물수수․ 업무상 횡령에다 조직폭력배와 연계해 해외에서 불법 도박사이트를 운영한다는 수사결과는 그간의 공직사회에 대한 시각을 뿌리째 흔들어놓고 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듯 서귀포시 공직자들은 수사결과 발표 직후 친절․ 청렴 다짐 결의대회를 개최하며, 뼈를 깎는 자성과 함께 새 출발할 것을 천명했다. 고창후 시장도 시민에게 기자회견과 ‘시민에게 드리는 말씀’을 통해 최근의 불미스런 일을 계기로 올해 안으로 전국에서 청렴도 1등․ 친절도 1등이 될 수 있도록 앞장서겠다고 선언했다. 공무원 정기인사를 앞두고 공무원 비위에 관련된 일부 부서 직원을 대폭 교체하겠다고 약속도 내걸었다.
최근의 사안이 워낙 충격인 터라, 땅바닥에 떨어진 서귀포시의 명예를 되찾고 시민들의 분노를 가라앉히려면 상당한 시일이 걸릴 듯 하다. 고 시장 또한 이번 사안을 일부 공직자의 개인 비리로 치부할 게 아니라, 이번 기회에 공직사회에 만연된 부패와 부조리를 결연하게 척결하려는 자세로 나서야 할 것이다. 아직도 시민들은 취임사에서 공직사회를 변혁시키겠다고 내뱉은 40대의 젊은 행정시장에 거는 기대가 크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최근 어수선한 여건에서도 고 시장이 해군기지 사태 해결의 단초를 구하기 위해 강정마을로 직접 찾아간 것은 주목할 만하다. 당초 기대했던 고 시장의 역할에 다소 실망하던 강정마을 주민들도 모처럼 속내를 털어놓으며 뒤늦게나마 대화의 끈을 재개한 것은 나름대로 수확이다. 상황이 꼬일수록 알맹이 없는 대책회의를 수차례 개최하느니, 현장을 직접 찾아 대화를 통해 열린 소통을 도모하려는 정공법을 선택함이 바람직하다.
최근 서귀포경찰서에도 모처럼 40대의 경찰서장이 부임하면서 격의 없는 대화와 소통으로 조직사회에 새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오래 고인 물이 썩듯이 공직사회에 비리가 발생하는 것은 현실에 안주하며 소극적 자세로 업무에 임하는 공직자들이 여전히 많기 때문이다. 서귀포시가 무너진 공직사회를 재건하려면 무엇보다 투명행정과 열린 소통이라는 기본원칙에 충실하도록 ‘처음처럼’의 자세에 입각한 정신 재무장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