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새해 벽두를 따뜻하게 하는 미담들
신묘년 새해 벽두부터 사상 초유의 폭설 피해와 공직비리 수사결과 등으로 서귀포 사회에 어수선한 시국이 이어지고 있다. 폭설 피해복구가 시작되자마자 또 다시 한파가 찾아들면서 복구 작업은 덩달아 지연되고 있어 피해 농가들의 상심은 깊어갈 뿐이다. 공직기강 쇄신을 위해 서귀포시가 최근의 정기인사에서 대대적인 공직사회 물갈이를 시도하고 있으나 한번 등 돌린 시민들의 신뢰를 되찾기에는 아직 역부족이다.
이런 가운데 우리 사회 구석에서는 연초부터 가슴을 따뜻하게 데우는 미담거리가 하나 둘 생겨나면서 주위에 용기와 희망을 선사하고 있다. 먼저 장애와 가난의 질곡을 벗어나 주경야독으로 대학졸업에 이어 수필가로 등단한 최용호씨의 사례가 눈길을 끈다. 배움에 대한 뜨거운 열정으로 사각모와 장애인체전 금메달, 수필가 등단의 꿈을 차례차례 일궈낸 인생역정이 뭉클한 감동을 선사한다. 너나없이 대학을 손쉽게 졸업하고, 막상 졸업하고 나서도 마땅한 취업자리가 없어 배회하는 요즘의 젊은이들에게 신선한 자극제가 되길 기대해 본다.
선친의 파란만장한 인생역정을 꾸준한 자료조사를 통해 한 권의 책으로 엮어낸 칠순을 넘긴 큰아들 이문웅씨의 스토리도 눈길을 사로잡는다. 꼿꼿한 기개로 창씨개명에 저항하고 국내 수의학에 선구적 업적을 쌓는 등 격변의 현대사를 헤쳐 나온 선친의 일대기에는 누구나 깊은 감명을 받을 터이다. 그에 못지않게 지난 30여 년간 자료수집 등을 위한 부담한 발품 노력을 거쳐 선친의 발자취를 책으로 엮어 낸 장남의 지극한 효심도 우리에게 잔잔한 울림을 선사한다.
서귀포 경찰서 직원들의 잇따른 선행사례도 빼놓을 수 없다. 폭설 속에서도 관광객이나 시민들의 민원처리를 위해 신속하고 친절하게 대처한 파출소장 등 간부와 하위 직원들의 업무자세는 예전의 경찰 이미지와는 분명 달라 보였다. 그 자신 붕대를 감은 환자 신세임에도 손수 차량에 체인을 감아주고 숙소까지 배웅하는 일선 경찰의 모습은 우리들의 입가에 절로 미소를 짓게 한다.
연초부터 잇따른 폭설과 한파 날씨에 각종 물가는 하루가 다르게 껑충 뛰면서 시민들의 얼굴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해군기지 문제는 여전히 해결될 조짐이 엿보이지 않고, 행정시 체제에서의 공직사회는 점차 ‘그들만의 리그’로 점차 시민들과 동떨어지고 있다. 비록 연초부터 복잡다단한 일들이 주변에 찾아들고 있으나, 앞서의 훈훈한 미담사례를 떠올리며 새로운 용기와 다짐을 북돋우는 계기로 삼았으면 한다. 올해에는 우리 주위에서 더많은 미담사례가 지면을 장식하게 될 것도 아울러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