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해군기지, 정부가 나설 때

2011-02-11     서귀포신문

제주해군기지 문제가 4년 가까이 제주도 전역을 갈등과 대립으로 몰아가며 도민 사회를 갈라놓고 있다. 민선 4기에 본격적으로 불거진 해군기지 문제가 민선 5기 들어서도 뚜렷한 해결책이 엿보이지 않은 채 깊은 터널 속에 갇힌 형국이다. 지난해 말부터 강정마을회와 사회단체 등이 도청과 도의회 정문 앞에서 칼바람 추위 속에 해군기지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1인 시위가 이어지고 있으나 메아리는 허공을 맴돌 뿐이다.

민선 5기 출범을 전후해 제주도와 도의회 간 해군기지 문제해결에 공동보조 움직임도 있었으나, 최근들어 입장 어 점차 엇갈리며 등 돌리고 있는 분위기다. 제주도가 해군기지 주변지역 종합발전계획 수립에 착수할 태세인 반면, 도의회는 정부차원의 갈등해결을 위한 명확한 입장표명과 지원대책 등을 선행조건으로 꾸준히 요구하고 있다.

도민 갈등구조를 더욱 심화시키는 데에는 정부와 해군의 일방적인 독주가 계속 불씨를 제공하고 있다. 해군기지 문제에 대한 법적 절차가 현재 진행 중이고 도민 갈등은 여전히 심각한 터에 공사 강행에만 관심을 쏟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 9일에도 강정마을 해군기지 부지에서 행사 내용도 애매모호한 현장사무소 개소식을 일방적으로 개최하는 바람에, 대화와 소통에 의해 문제해결을 바라는 도민들의 기대를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현 시점에서 해군기지 문제가 더 이상 도민사회 분열에 종지부를 찍으려면 무엇보다 정부 차원에서 진솔하고 적극적인 해법 마련에 나서야 할 것이다. 도의회 해군기지갈등해소 특위가 국무총리실에 요구했듯이, 해군기지가 아무리 국책사업이라 함에도 도민의 합의기반 없이 추진된다면 도민들로부터 인정받지 못하는 결과가 초래됨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정부는 국책사업 성격의 세종시와 혁신도시 건설 과정에서 한때 갈등 조짐이 있었으나 당사자들간 대화와 타협 노력으로 문제 해결의 단초를 마련한 선례를 교훈 삼았으면 한다. 대다수 도민들이 해군기지 추진과정에서 절차상 하자가 있는 것으로 여기는 마당에, 이제라도 도민갈등 해결을 위한 대화 테이블에 얼굴을 내밀어야 할 것이다. 민간 시공업체들의 형편을 배려하려는 처사는 차후의 일이다.

정부는 제주도가 4·3의 아픈 상처를 딛고 평화의 섬에 지정되기까지 제주의 특수성에 대해 더욱 각별한 관심을 갖게 되길 당부한다. 도민들 역시 그동안 국책사업 추진과정에서 지역 주민들간 분열 갈등으로 인해 강정마을 못지않게 지역공동체가 와해되는 사례를 수차례 지켜봤을 터이다. 해군기지 갈등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 세계자연유산 트리플 크라운이나 세계 7대 경관 목표에 달성한들, 도민들의 공허함이 채워질지 의문시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