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토목위주 생태탐방로 재고해야

2011-03-18     서귀포신문

 제주올레가 전국적으로 걷기 열풍을 일으키며 전국을 대표하는 생태관광 패턴으로  떠오른 것은 누구나 공감하는 일이다. 제주올레는 단지 제주에 도보여행이란 개념을 도입한 것에서 벗어나, 지역경제와 일상생활에 이미 막대한 파급효과를 끼치며 제주 사회에 하나의 중심축을 형성하고 있다. 불과 3년여의 짧은 기간에 제주는 물론 전국에 걸쳐 일궈 낸 성과는 가히 ‘혁명’에 가깝다 할 것이다.

 최근 제주도의회 의원연구모임에서 제주올레의 지속발전 방안을 주제로 민관이 참여하는 정책토론회를 열어 눈길을 끌고 있다. 제주올레의 인기가 한때의 유행이 아닌, 제주도 전체의 지속발전 방안으로 연계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려는 의도에서다. 내년도 제주도에서 세계자연보존총회(WCC)가 개최되는 시점에서 제주올레와 관련된 생태탐방로 예산을 효율적으로 집행하려는 취지도 담고 있다.

 각계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댄 이번 토론회에서는 현재의 제주올레 열풍에서 한 발짝 물러나, 미래의 제주올레에 대한 청사진을 얼핏 그려본 점에서 의미가 각별하다. 무엇보다 토론회에서는 제주도가 내년도 WCC 총회 개최에 맞춰 추진하는 생태탐방로 개설사업에 대한 문제점이 진지하게 논의됐다. WCC 총회에 따른 국비예산 확보 문제로 한바탕 고역을 치른 끝에 국비 170억원을 포함해 총 281억의 막대한 예산이 이번 사업에 배정된 까닭에서다.

 전문가들도 지적했듯이, 올 연말까지 불과 8개월 동안에 도내 500km 구간에 걸쳐 50개소의 생태탐방로를 조성한다는 계획은 실현 가능성이 의문스럽다. 아무리 국비가 확보됐다 하더라도, 생태탐방을 명분으로 도 전역 곳곳에 길을 낸다면 ‘자연보존’이라는 행사 취지에도 어울리지 않는다. 제주올레길이 앞으로 30여 곳에 조성될 예정이라니, 이미 쌓아 놓은 제주올레길의 희소가치에도 자칫 누를 끼칠 수 있다.

 우리는 수려한 절경을 거느린 가파도와 차귀도 주변 올레코스에 인공석재가 깔리면서 오히려 올레꾼들을 실망시키는 사례를 이미 체험하고 있다. WCC 총회에 참가하는 각국의 환경전문가들은 유네스코 자연과학분야 3관왕을 달성한 제주도에서 ‘친환경’이 아닌, 자연 그대로의 환경을 감상하고자 함을 분명 인식해야 한다. 

 행정당국은 이제라도 WCC 총회관련 생태탐방로 사업계획을 전면 재검토하고, 사업의 효율적 추진방안에 대해 주민들과 함께 고민해야 할 것이다. 개발도상국 수준의 시설 위주의 토목사업은 이제 접어두고, 후손들에 대대로 물려 줄 환경보존 방안 마련에 머리를 쥐어짜야 할 것이다. 그것이 제주올레와 제주도가 지속가능하게 발전하는 방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