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창간 15주년의 마음가짐
창간 15주년을 맞는 서귀포신문의 감회가 남다르다. 무엇보다 시민들의 기대와 우려를 한 몸에 받고 태어난 신문이 열다섯 해를 넘겼다는 사실이 대견스럽다고 감히 자평한다. 미디어 환경은 인터넷에서 소셜 미디어에 이르기까지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고 있다. 지면 내용이야 어떠하든, 단 한차례 결호 없이 신문을 꾸준히 찍어냈다는 점에 직업 언론인으로서 일단 안도의 한숨을 내쉴 뿐이다.
창간 15주를 계기로 모처럼 신문 창간호를 뒤적여 본다. 놀라운 것은 창간호의 특별좌담에 실린 주요 현안들이 현재 여건과 매우 유사하다는 점이다. 인구감소와 지역 문화센터 필요성, 농촌지역의 심각한 고령화, 교육환경 개선, 인재양성 등등. 좌담 참가자들은 ‘서귀포․ 산남 사회가 총체적 위기에 빠졌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다만, 당시엔 서귀포시와 남제주군 등 두 개의 지방자치단체가 구성된 점이 현 여건과 크게 다르다.
사실 서귀포시의 지난 15년사를 되돌아보면, 정치․행정이나 지역경제, 문화교육 등 제반 여건이 오히려 뒷걸음질 친 경향이 있다. 제주시와 지역발전 격차는 갈수록 확대되고, 교육․ 의료여건은 낙후돼 있어 시민들의 불만은 고조돼 있다. 행정시장은 임기가 보장되지 않아 소신행정을 펼치기에 한계가 있고, 공직자들은 국비확보나 시민편의 시책개발 노력 없이 상급관청의 눈치만 바라보는 경향이 있다.
이런 점에서 성산-장흥간 여객선 취항을 계기로 내달 서귀포시와 자매결연을 체결하는 전남 장흥군의 사례는 눈여겨 볼만하다. 경영마인드를 지난 관료 출신 자치단체장을 중심으로 전 공직자들이 일사불란 움직이면서 고질적 병폐인 공직자의 비리가 자취를 감췄다. 이를 토대로 지역경제 활성화와 관광객 유치, 인구 유입 등에서 가시적 성과를 거두며 중앙 단위의 각종 평가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비록 서귀포시에 자치권이 사라진 이후 시민들의 소외감과 무기력이 심화되고 있지만, 이대로 주저앉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최근 제주올레의 인기와 내년도 세계자연보전총회 개최 등을 계기로 생태 관광과 웰빙 건강도시로 도약할 전기를 맞고 있다. 혁신도시와 해양수족관 등 대형 사업들도 원활히 추진되면서 인구 유입효과가 기대되고 있다. 지역주민들 사이에 환경문제에 대한 의식이 확산되면서 난개발 방지와 지속가능 개발을 추구하려는 움직임도 구체화되고 있다.
결국 이 시점에서 가장 요구되는 것은 시민들이 소극적 패배주의에서 벗어나 자신감과 긍정적 사고를 되찾도록 하는 일이라 본다. 이를 위해서는 행정과 사회지도층은 물론, 지역의 유일한 언론인 서귀포신문도 시민의 의식개혁에 중요한 역할을 맡아야 한다고 다짐한다. 창간 15주년을 맞아 ‘처음처럼’의 자세로 지역신문의 역할과 자세에 대해 깊이 고민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