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서귀포항에 여객선 다시 띄우자
11년째 뱃고동 소리가 끊긴 서귀포항에 여객선을 다시 띄우려는 움직임이 활발히 추진되고 있다.
전남 여수시 소재 여객선사가 2012년 여수 세계박람회 관광객 맞이 차원에서 서귀포항과 여수시를 잇는 항로에 여객선 취항을 적극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구체적인 진행과정은 좀더 지켜봐야 하나, 물동량 감소에 허덕이는 서귀포항에 여객선 취항 움직임은 시민들에겐 오랜 가뭄에 단비격으로 반가운 일이다.
서귀포항에는 1998년 11월부터 서귀항- 성산항- 부산 항로에 취항하던 카페리 3호가 경제성 악화로 2000년 8월에 운항이 중단된 이래 여객선 취항이 끊긴 상태다. 여객선 취항 중단 이후 서귀포항의 물동량은 내리막길을 거듭하면서 성산항과 화순항 등에 비해서도 뒤처지기에 이르렀다.
무엇보다 관광객과 화물 등이 서귀포시에 직접 들어오는 방안이 사라지면서, 지역경제 장기침체의 주요인이 되고 있다.
1년 전 성산항과 전남 장흥간에 취항한 여객선이 예상 밖으로 고객 유치에 성과를 거두면서 서귀포항에도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됐다. 최근 주5일 근무 확산 등으로 제주를 찾는 관광수요가 넘쳐남에 따라 뱃길 여행이 새로운 관광패턴으로 저변을 넓혀가고 있다. 성산 장흥간에는 1년 만에 여객선이 추가로 취항하고, 전남 해남과 광양 등 여타 도시에서도 제주에 속속 여객선 취항을 서두르고 있다.
하지만 서귀포항과 여수 간에 여객선이 정식 취항하려면 난제들이 수두룩하다. 무엇보다 서귀포항은 제주항이나 성산항에 비해 전남과 경남지역 주요 항만과의 항로 길이가 길어, 운항시간 등 경제성에서 단점을 지니고 있다. 제주항과 성산항의 항만여건이 호전된다면 언제든지 서귀포항을 박차고 나갈 수 있다. 여수 신항의 선석 부족과 운항 초기의 여객 수요 확보 등도 만만치 않은 과제다.
그럼에도 서귀포항에 11년 만에 여객선 취항이 재개되려는 분위기는 한껏 무르익고 있다. 최근 서귀포시와 민간 전문가들이 대학 유치와 여객선 취항을 공동목표로 설정하고, 범시민 차원에서 대응노력이 활발히 펼쳐지고 있다. 제주도정에서도 지역균형 발전차원에서 여객선 취항을 적극 지원한다는 입장이다.
이 같은 여건에서 서귀포시에 뱃길이 다시 열리고 항로가 지속적으로 운영되려면 철저한 사전준비 작업이 요구되고 있다. 항만을 이용하는 내외국인 관광객들에 입장료 및 숙박료 할인혜택, 올레코스와 연계한 패키지 관광상품 발굴 등 다양한 방안이 모색돼야 한다. 최근 탐라대 매각 반대운동을 계기로 모처럼 확산되는 시민사회의 결집이 여객선 재취항 성과로 이어지기를 거듭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