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중문단지 매각은 안 된다

2011-08-11     서귀포신문

 이번에는 중문관광단지 매각 문제다. 제주 해군기지 건설문제로 인한 갈등이 수년 째 이어지는 터에, 최근에는 탐라대 매각에 이어 중문관광단지 매각 움직임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마치 서귀포 사회가 선장을 잃고 표류하는 난파선을 방불하듯, 총체적 난국에 빠져드는 느낌이다. 요즘 지역사회 주요 현안에 대해 시민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나, 중앙정부를 상대하기엔 무척 힘에 버겁다.

중문관광단지 매각 추진과정을 지켜보면, 정부의 '달면 삼키고 쓰면 내뱉는'식 임기응변에 분노가 치밀어 온다. 34년 전, 정부는 천혜의 절경을 간직한 관광 불모지 제주에 국제관광지를 만들겠다고 장밋빛 청사진을 제시한 뒤 관광지 조성사업을 밀어부쳤다. 조상 대대로 물려받은 삶의 터전을 지켜내려는 주민들의 필사적 저항도 있었으나, 공권력의 위력 앞에 토지는 헐값에 넘겨졌다.

주민들의 눈물과 희생을 딛고 건립된 중문관광단지의 그간의 역할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그럼에도 세계 정상들의 회담 장소이자 국제회의 명소로 제주의 위상을 높였고, 중문골프장이 비회원제로 운영되면서 골프 대중화에 기여해온 점은 일단 높이 평가해야 할 부분이다. 반면 한국관광공사가 당초 주민들에 약속했던 고용창출이나 지역이익 환수, 제2관광단지 건립 등에 대해서는 비판의 목소리를 면키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중문관광단지가 곧 민간에 팔릴 시점에서, 그간의 공과를 따져 볼 여유가 없다. 중문관광단지가 공적 인프라 기능을 담당하는 만큼 공기업인 한국관광공사가 계속 단지 운영에 관여하기를 희망하지만, 정부는 단지 적자 시설의 조기 처분에만 매달리는 느낌이다. 이미 항간에는 현재 땅 값의 10분의 1수준인 헐값에 특정 업체들을 상대로 매각협상이 추진되고 있다는 풍문이 파다하다.

중요한 것은 중문관광단지는 아직도 공사 진척도가 63% 수준에 머물고 있는 미완성 사업이란 점이다. 정부는 중문관광단지 건립에 따른 개발이익의 지역 환수와 제2관광단지 건립 등을 굳게 약속했으나, 이를 헌신짝처럼 내팽개치려 하고 있다. 제주대 이농학과의 이전이나 탐라대 매각 추진처럼 중문관광단지 역시 시민들과 의사소통 노력은 안중에도 없다.

특별자치도가 된 이후에도 서귀포 시민들은 계속 정부의 실험 대상으로 전락하고 있다. 시민들의 자존심은 갈수록 훼손되고, 지역 균형발전 염원은 한갓 물거품에 그칠 위기를 맞고 있다. 서귀포시가 당면한 위기를 시민 스스로 극복해 내기 위해 시민들의 각별한 역량결집이 요구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