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즈마을’ 옆엔 ‘에너지마을’ 있다
에너지자립마을 모범답안, 전북 임실 중금마을
<기획> 가파도, 청정 녹색 섬 꿈꾸다<4>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계기로 신재생 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기름 값은 날로 치솟고, 기후변화도 점차 피부에 닿고 있다. 정부에서는 저탄소 녹색성장을 미래 동력산업으로 내걸고 있다. 내년도 제주에서 개최될 세계자연보전총회에서는 에너지 문제가 주요의제로 떠오를 전망이다. 국내외 사례를 토대로 신재생 에너지 개발과 에너지 자립 방안 등을 점검해 본다. 아울러 ‘섬 속의 섬’ 가파도를 탄소 배출이 없는 녹색 섬으로 만들기 방안도 모색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전라북도 임실군 임실읍 금성리에 위치한 임실치즈마을은 한국 치즈의 원조 임실치즈의 뿌리가 되는 마을이다. 마을 사람들이 직접 진행하는 치즈낙농체험과 흥겨운 농촌체험을 통해 도시와 농촌이 하나 되는 도농교류 체험이 활성화되면서 우리나라 마을 만들기의 대표적 성공사례로 손꼽히고 있다. 전라북도 임실군 임실읍 금성리에 위치한 임실치즈마을은 한국 치즈의 원조 임실치즈의 뿌리가 되는 마을이다. 마을 사람들이 직접 진행하는 치즈낙농체험과 흥겨운 농촌체험을 통해 도시와 농촌이 하나 되는 도농교류 체험이 활성화되면서 우리나라 마을 만들기의 대표적 성공사례로 손꼽히고 있다.
최근 임실치즈마을을 이루는 세 개 마을의 하나인 중금마을이 에너지 자립마을의 모범답안으로 제시되면서 또 다른 주목을 받고 있다. 중금마을은 36세대 80여명이 살고 있는 농업 및 축산업 위주의 전형적인 시골마을. 1980년대부터 시작된 친환경농업과 마을공동체를 이루기 위한 노력을 통해, 현재 유기농 및 우렁이 농법, 무농약 농업을 이용한 약 5ha의 논농사를 짓고 있다. 또한 마을의 복지와 활력을 높이기 위해 마을 주민과 학생들이 사용하는 ‘마을 작은 도서관’을 운영하고, 주민들이 자체적으로 ‘마을 작은 음악회’를 상시 개최하고 있다.
소하천을 따라 아름드리 느티나무가 가로수를 이룬 전형적인 농촌마을 중금마을이 다소 낯선 개념의 에너지와 인연을 맺은 계기는 이렇다. 중금마을은 2008년, 주민들 스스로 ‘쓰레기를 태우지 않는 마을’. ‘쓰레기 없는 마을’로 만들고자 의기투합했다. 마을 한복판 마을회관에는 분리수거함이 설치되고 농약병, 폐비닐 등이 항목별로 수거됐다. 빈 병이나 폐품, 폐지 등으로 나온 수익금은 마을 공동경비로 쓰였다.
▼ 교육․ 집수리 효과 통해 ‘에너지에 눈 떠’
주민들이 처음 시도한 작은 실천은 마을 전체에 변화를 불러 왔다. 여느 농촌마을과 달리, 금마을에는 농약 빈병이나 폐비닐 등이 눈에 띄지 않는다. 주민들도 점차 깨끗해진 마을 모습에 뿌듯해 하며, 환경개선을 위한 작은 노력이 성과로 나타난 것에 자부심을 느끼게 됐다.
분리수거의 성공에 힘을 얻은 주민들은 마을의 환경에 점차 관심을 기울이면서 ‘에너지대책위원회’를 꾸리게 된다. 때 마침 지역 환경단체인 <전북의제 21>에서 양성한 에너지 전문요원들이 중금마을 주민들을 대상으로 에너지교육과 에너지 효율개선을 맡게 됐다. 그 결과 각 가정의 백열등은 고효율 전구로 바뀌고, 멀티 탭 콘센트와 절수형 샤워 꼭지가 설치됐다. 단열과 방풍을 위해 문풍지와 방풍 실리콘이 설치되고, 양치 컵도 전달됐다.
이처럼 에너지를 아낄 수 있는 부분은 최대한 절약하려는 노력이 이뤄지면서 주민들에게 에너지의 소중함으로 일깨우는 계기가 됐다. 하지만 평소 에너지 절약습관이 몸에 밴 주민들에게 피부에 와 닿는 에너지 절약 효과는 미미한 편이었다.
2009년에 보다 큰 규모의 에너지 효율 개선사업으로 집수리가 이뤄지면서 새로운 변화가 꿈틀댔다. 마을에서 가장 허름한 슬레이트 지붕에 흙벽, 나무 창살에 문풍지를 한 이순자 할머니 댁과 마을회관을 대상으로 <한국에너지복지센터> 등이 집수리에 나섰다. 에너지 효율개선 시범주택 만들기 사업의 하나로, 출입문이 교체되고 벽면에 단열공사가 실시돼 외풍이 50퍼센트 이상 차단되는 효과를 얻었다.
집수리가 끝난 뒤 이순자 할머니는 겨울을 따뜻하게 지낼 수 있게 됐다며 흡족해 한다. 마을 주민들도 집들이를 통해 달라진 모습을 눈으로 실감했다. 집 앞에는 공사 전후의 모습을 비교해 볼 수 있도록 안내판도 만들어졌다.
▼ 우리나라 최초 ‘에너지 카페’도 운영
중금마을에는 ‘에너지 카페’가 있다. 바로 마을 총무 김정흠씨(45)의 집이다. 10여년 전 이곳으로 귀농한 김정흠씨가 주민들이 재생가능 에너지에 친숙해질 수 있도록 집 입구에 ‘햇살 바람 흙 카페’란 간판을 내걸었다. 그는 풍력발전기와 자전거 발전기 제작 방법을 배워 직접 집에 설치했다. 풍력발전기로 불을 밝히고, 자전거 발전기로 믹서를 돌려 주스를 만든다.
자전거 발전기에는 라디오를 연결해 음악도 들려준다. 어르신들이 좋아하는 트로트도 나오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동요도 흘러나온다. 작은 태양열 온수기와 태양열 조리기 등 마당 곳곳에는 에너지를 만들어 내는 시설이 가득 자리 잡았다. 동네 사람 누구든 와서 커피나 차를 마시면서 시설을 볼 수 있도록 했다. 우리나라 최초의 ‘에너지카페’인 셈이다.
인근 임실치즈마을의 명성과 더불어 에너지 자립을 꿈꾸는 중금마을의 입소문도 퍼지면서 치즈 체험에 나선 도시민들이 호기심으로 에너지카페를 찾는 사례가 늘고 있다. 작은 풍력발전기가 돌아가는 통나무로 지은 예쁜 집은 이제 중금마을의 상징이 되고 있다. 김정흠씨는 얼마 전에는 동네 사람들과 식용유 철통에 짧은 연통, 연탄재 등을 활용해 ‘로켓 스토브’라는 화덕을 만들기도 했다. 조그만 나무 조각 몇 개로 10인분의 밥을 지을 수 있고, 농촌에서 오래 물을 끓을 때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에너지 효율이 매우 높다.
▼ 주민토론 거쳐 그린빌리지에 선정
중금마을은 2010년 그린빌리지로 선정되면서 마을에 경사가 생겼다. 정부 지원금을 받아 마을에 태양광 발전기를 설치한 것이다. 2009년에도 그린빌지리 신청을 시도했지만, 신재생 에너지 시설이 마을에 꼭 필요한지에 대해 주민들이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아 신청이 일단 보류됐다.
주민들은 분리수거의 실천 노력과 집수리에 따른 단열효과 확인, 에너지 교육 등을 통해 점차 에너지 전문가 수준이 되면서 지난 1년간 토론 작업을 거쳐 그린빌리지에 당당히 도전해 결실을 얻어냈다. 앞으로 태양광 11구, 풍력 1가구가 갖춰지면 마을 주거용 전력의 60%를 재생가능 에너지로 대체하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마을에 유채를 심는 사업도 착수했다. 유채로 기름을 짜서 바이오디젤을 만들어 농기계 운전에 사용할 계획이다.
중금마을은 궁극적으로 자원 순환 마을을 꿈꾸고 있다. 친환경 농업을 확대하고 생태계가 살아 숨쉬며, 자연 자원에서 에너지를 얻고 폐기물이 자원이 되는 쾌적한 마을로 가꿔나갈 예정이다. 마을 인근에 위치한 치즈마을과 연계해 도시민들에게 쉼터와 볼거리를 제공하고, 마을 수목원과 마을 둘레길, 걷고 싶은 마을길 등 탐방형 관광코스로 만들어 가고 있다.
주민들의 이러한 꿈은 머잖아 이뤄질 것이다. 에너지 자립마을을 형성하는 과정에서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관심으로 마을공동체에 단단한 기초가 다져진 까닭에서다. 에너지 전문가들은 정부에서 전국 저탄소 녹색마을에 300억원 이상의 막대한 예산을 지원할 게 아니라, 중금마을의 사례처럼 에너지교육이나 집수리 사업 등 주민들에 에너지자립 토대를 닦는 게 훨씬 효율적이라고 제시한다. <글 이현모, 사진 최미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