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해군기지 문제, 도민은 뒷전인가
해군기지 문제가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최근 정부가 해군기지 담화문을 발표하고 경찰이 대규모 육지경찰을 재차 강정마을에 배치하면서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법원은 강정마을 농로에 공사 방해금지 가처분 내용을 담은 고시판을 내걸어 해군기지 반대 인사와 단체의 출입을 전면 통제하고 있다. 강정 마을회장을 비롯한 3명의 유력인사에 대해서는 이미 해군기지 공사현장에서 전격 구속한바 있다.
지난 4년 4개월 동안 이어져 온 해군기지 문제를 이번에야말로 매듭짓겠다는 양, 정부의 대처가 신속하고 단호하게 이뤄지고 있다. 제주도민 사회가 해군기지 찬반 논란으로 들끓고 강정마을 공동체가 붕괴되는 과정에서 수수방관으로 일관하던 모습과는 한참 거리가 멀다. 지역사회에서 극심한 갈등과 분열 양상이 심화될 당시에는 오히려 도민들이 먼저 정부의 적극개입을 요구한 적도 있었다.
해군기지 문제는 제주라는 울타리를 벗어나, 비로소 전국적인 주요 관심사로 부각되고 있다. 명색이 국책사업임에도 그동안 전국의 주요 언론들이 별 관심이 없다가 요즘에야 매일처럼 관련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해군기지 문제의 본질과 제주 사회의 여건 등은 접어두고, 진보와 보수 성향에 따라 이념 공세가 펼쳐지고 있어 국론 분열 조짐마저 엿보이고 있다. 평화의 섬으로 영원히 남기를 원하는 도민들에게 종북세력이라는 매도와 음해도 잇달아 제기되고 있다.
무엇보다 해군기지 문제가 종착역을 치닫고 있는 시점에서 제주도민이 철저히 배제되고 있는 경향은 매우 우려할 만한 일이다. 43의 아픈 역사를 숙명처럼 짊어진 도민들에게 60여 년 전 색깔논쟁과 육지부 병력파견 등이 재현되면서 또 다시 악몽에 휩싸이고 있다. 제주도청엔 특별자치도라는 간판이 내걸렸지만, 도민 주도로 평화적 해결을 외치는 목소리는 섬 안에서만 맴돌고 있다.
국책사업인 해군기지 추진과정에서 비록 도민들의 성원은 없더라도, 도민들을 이토록 배제한다면 앞으로 커다란 후유증을 남기게 될 것이다. 지난 4년 4개월간의 혼란에 비견되지 못할 정도의 엄청난 불행의 씨앗은 벌써부터 싹 트고 있는지 모른다.
해군기지가 진정 평화를 지키기 위한 명분이라면, 전시사태를 방불케 하는 작금의 강압적 추진방식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내년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해군기지를 내세워 정국의 주도권을 잡으려는 정치적 의도가 곁들여서도 안 된다. 도민들 역시 변방의 설움을 새삼 곱씹으며, 향후의 추진과정에서 들러리가 되지 않도록 눈을 부릅뜨고 역량을 한데 모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