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표류하는 도시 행정

2011-09-16     서귀포신문

  서귀포시를 방문하는 관광객들이 몰려들면서 도시의 품격을 높이려는 차원에서 도시행정 분야에서의 한층 업그레이드 된 노력이 요구되고 있다. 서귀포시에는 폭포와 해안가, 올레코스 등 세계 최고수준의 수려한 자연경관을 거느리고 있다. 하지만 시가지를 거닐어 본 관광객이라면, 사진 한 장 찍을 만한 장소를 찾아보기 힘들다며 특색 없이 우중충한 도시 모습에 실망감을 드러내기 일쑤다.

사실 작금의 서귀포시 도시행정에 대해서는 상당수 시민들이 다소간에 불만을 갖고 있을 터이다. 대표적 구도심인 이중섭 문화거리 조성만 하더라도 뚜렷한 원칙 없이 사업이 진행되면서 간판과 가로등을 수차례 교체하느라 혼선이 끊이지 않았다. '막대한 혈세를 길바닥에 쏟아 붓는다'는 지적이 시민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명동로 가로환경 정비사업의 경우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충분한 주민 설득 노력 없이 사업이 착공되면서 상인들과 마찰 등으로 예정된 사업기한을 훨씬 넘기고도 공사가 진행 중이다. 그 과정에서 조형물과 시설물은 수시로 바뀌면서 행인들이 혼란에 빠질 정도다. 시내에 설치된 목조 인도 블록에 대해서도 보행 불편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으나 이렇다 할 개선책은 보이지 않는다.  

서귀포시 도시행정이 표류하는 와중에 최근 제주시에서는 중국인 관광객을 겨냥해 '차 없는 거리'를 명품거리로 조성해 대조를 보이고 있다. 당초 '차 없는 거리' 조성사업은 서귀포시가 2년 전부터 의욕적으로 추진해 왔으나, 사업 추진동력을 잃으면서 제주시에 선수를 빼앗기고 말았다. 중정로 도시계획사업의 경우도 26년 째 여론 결집이 이뤄지지 않은 채 긴 터널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1세기를 맞아 도시 공공디자인 분야가 새로운 장르로 조명을 받고 있다. 국내 각 지자체에서는 독특하고 차별화된 도시 외관을 가꿔나가기 위해 디자인 전문가를 영입하거나 도시 리모델링 용역 등을 발주하고 있다. 하지만 서귀포시에는 외부 전문가 영입 없이 간부공무원이 바뀔 때마다 시책도 바뀌면서 도시행정 분야가 표류를 거듭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서귀포시가 국내 제일의 관광명소라는 찬사를 얻으려면, 앞으로 관광과 1차 산업 못지않게 도시행정 분야에서도 각별한 노력이 필요하다. 도로를 넓히거나 건축물을 새로 짓기에 앞서, 도시 전체에 대한 커다란 밑그림이 마련돼야 한다. 이를 위해선 무엇보다 공공디자인 분야 전문인력 도입이 선행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