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중섭 제주입도 60주년

2011-09-23     서귀포신문

우리나라 근대 미술사에 큰 획을 그은 대향 이중섭 화백이 올해로 제주 섬에 들어온 지 60주년을 맞고 있다. 이를 기념해 서귀포시는 이중섭미술관 일원에서 깃발전과 편지쓰기, 사진전, 거리공연, 세미나 등을 곁들여 제14회 이중섭 예술제 행사를 마련했다. 비록 이중섭 화백이 서귀포시에 머무른 기간은 1년여에 불과했지만 그가 남긴 발자취는 오래도록 기억될 것이다.

이중섭 화백이 짧은 서귀포시 체류 기간에 남긴 유산은 비단 섶섬이 보이는 풍경 ‘서귀포의 환상’ 같은 걸작 뿐은 아니다. 그 자신 서귀포에서 보낸 1년이 평생 가장 행복했다고 훗날 회상할 정도로 뜨거운 예술혼과 인간적 체취를 도처에 묻어 뒀다.

찢어지는 가난 속에서도 가족과 함께 바다에 나가 게와 물고기를 잡고 해초를 뜯어먹는 모습을 작품에 담아, 뭉클한 가족애를 선사하고 있다. 네 식구가 다리를 뻗기도 힘든 1.4평의 단칸방에서 지내면서도 도화지, 은박지, 장판지, 널빤지 등 손 닿는 곳마다 그림을 기르며 정열의 예술혼을 불태웠다.

이중섭 화백이 입도 60주년을 맞은 시점에서 이중섭의 발자취가 다시 서귀포시에 되살아나고 있다. 우여곡절 끝에 지정된 거주지 주변 이중섭 문화의 거리에는 한동안 썰렁한 모습이 연출되다, 요즘에는 시민과 관광객들의 발길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작가의 산책길, 문화예술시장 등이 열리면서 새로운 명품 문화도시로서 기틀이 서서히 다져지고 있다.

이중섭 문화의 거리가 최근 활기를 띠게 된 데에는 무엇보다 서귀포시가 1997년에 이중섭 거주지를 매입하고 적극 보존해 온 노력에 힘입은 바 크다. 이중섭의 체취가 묻어 있는 거주지야말로 ‘살아있는 박물관’으로 전국 각지의 관람객들에게 색다른 감동을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이중섭 화백이 새롭게 각광을 받는 시점에서 여전히 개선해야 할 과제가 남아 있다. 이중섭미술관 운영이나 문화의 거리 조성과정에서 타지역 인사들이 밀실에서 운영권한을 쥐락펴락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서귀포시와 시민들의 목소리는 제대로 반영되지 않으면서 점차 들러리 신세로 전락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서귀포시가 이중섭 문화의 거리를 진정한 명품문화거리로 육성할 의지가 있다면, 시민들 편에서 서서 좀 더 목소리를 높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