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혁신도시, 이대로 좌초 안 된다
내년도에 완공 예정인 제주혁신도시가 벌써부터 위기를 맞고 있다. 제주혁신도시는 전국 혁신도시 중 가장 먼저 첫 삽을 뜨며 공사 진행속도가 가장 빠른 편이어서 그동안 사업이 순탄하게 추진되는 것으로 비쳐졌다. 하지만 통합 공공기관인 한국정보화진흥원이 끝내 제주를 외면하고 대구시로 이전함에 따라 커다란 위기를 맞게 됐다.
이제 제주혁신도시에는 8개 공공기관에서 754명 직원만 이주하게 됨으로써 전국에서 가장 작은 혁신도시로 전락하게 됐다. 당초 제주혁신도시는 지역균형 발전 도입취지에 따라 제주시와 경합 끝에 어렵사리 서귀포시에 유치했다. 하지만 당초 9군데 이상 기관에서 1500여명 직원이 이주하리란 전망이 어긋나면서, 혁신도시가 제대로 기능을 수행할지 걱정해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됐다.
여기에다 국세청 산하기관 3곳은 지금까지 청사 건립에 뒷짐 지고 있어 향후 행보에 불안감이 드리워지고 있다. 겉으로는 제주 이전을 강조하고 있으나, 내부 직원들의 동요가 여전히 심한 탓에 시간끌기가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여타 기관 직원들의 제주이전 여부 역시 아직 불투명한 편이다. 혁신도시 토지 분양률과 민간용지 분양률도 다소 저조한 실정이다. 자칫 혁신도시 일대가 ‘유령도시’가 되지 않을지 우려가 앞서는 것도 이런 까닭에서다.
사실 서호마을 주민들은 4년 전 혁신도시 지정과정에서 이 같은 우려를 표명하며 문제점을 제기한 바 있다. 인근 신시가지 일대에 유휴공간이 넘쳐나는 상태에서, 혁신도시 면적을 크게 늘린다면 도심 공동화가 다시 발생할 것이라 지적했다. 하지만 제주도는 혁신도시 건설에 따른 지역균형 개발과 인구유입 효과를 내세우며 주민들의 요구를 끝내 받아들이지 않았다.
지금 시점에서 과거의 잘잘못을 따질 겨를이 없다. 제주 혁신도시가 어차피 교육연수 기능 역할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국내 여타 기관의 교육기관이나 수련원 시설 등을 유치하려는데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최근 청사 신축에 들어간 서귀포 해양경찰 등 도내 외 여타 공공기관 유치에도 발 벗고 나서야 할 것이다.
전국 최초 혁신도시 준공에 따른 200억원의 남은 인센티브도 반드시 제주도에 되찾아 와야 한다. 이는 제주도민의 자존심과 결부된 사안이기 때문이다. 서귀포시가 대학이 없는 도시로 전락할 마당에, 혁신도시마저 좌초하게 된다면 상당 기간 서귀포시의 미래는 암담하게 된다. 혁신도시의 건립 당시를 떠올리며, 혁신도시가 연착륙하는 방안에 대해 민관이 머리를 맞대 시민역량을 결집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