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봇대, 자동차 없는 섬으로’
정부 차원 저탄소 녹색섬 가꾸기 본격 착수
<기획> 가파도, 청정 녹색섬 꿈꾼다(9)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계기로 신재생 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기름 값은 날로 치솟고, 기후변화도 점차 피부에 닿고 있다. 정부에서는 저탄소 녹색성장을 미래 동력산업으로 내걸고 있다. 내년도 제주에서 개최될 세계자연보전총회에서는 에너지 문제가 주요의제로 떠오를 전망이다. 국내외 사례를 토대로 신재생 에너지 개발과 에너지 자립 방안 등을 점검해 본다. 아울러 ‘섬 속의 섬’ 가파도를 탄소 배출이 없는 녹색 섬으로 만들기 방안도 모색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 마라도의 실패 사례를 교훈으로
최근 가파도를 ‘탄소 없는 섬’(Carbon Free Island, 카본 프리 아일랜드)으로 만들려는 데에는 이웃한 마라도의 사례가 주요배경이 되고 있다. 국토 최남단 마라도에서 먼저 탄소 없는 녹색섬을 시도하다 실패한 쓰라린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마라도의 사례를 잠깐 들춰보자. 옛 남제주군 시절, 청정환경특구로 지정된 마라도에는 2005년, 26억여원을 들여 150㎾급 태양광발전기가 설치됐다. 태양광발전기는 기존 디젤 발전기를 무공해 청정에너지로 바꾸면서, 마라도를 에너지 자립 녹색섬으로 만드는 계기가 될 것으로 큰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2008년 7월 낙뢰사고 여파로 태양광 발전시설에 고장이 발생된 이후 태양광 시설은 장기간 방치되고 있다.
2006년에는 한 주민이 골프 카트 3대를 들여와 관광객을 상대로 본격적인 영업에 나서게 됐다. 당초 주민들은 마라도를 청정 녹색섬으로 가꾸려, 자동차 대신 자전거를 도입하기도 했으나 특별자치도 출범을 전후한 어수선한 시기에 슬그머니 골프 카트 영업이 시작된 것. 지금은 골프 카트 수가 80여대로 전체 54 가구를 훨씬 웃돌 정도로 불어나면서 논란의 불씨가 되고 있다.
마라도를 찾는 관광객이 쇄도하면서 ‘전기 먹는 하마’ 골프 카트 수요는 계속 급증했다. 여기에 음식업소의 에어컨과 영업용 수족관 사용 등이 늘어나면서 마라도에는 전력난이 심화됐다.
급기야 서귀포시는 올해 초 4억원을 들여 마라도에 안정적인 전기공급을 위해 디젤 발전기와 자가발전시설 등을 신축하기에 이르렀다. 마라도에는 고장 난 태양광 발전 대신 디젤 발전기가 다시 가동되면서 ‘청정 녹색섬’ 구상은 점차 물거품이 되고 있다.
▲ ‘탄소 없는 제주도’ 시범 모델로
마라도에 이어 가파도가 탄소 없는 섬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2009년 1월 정부산하 녹색성장위원회에 의해 제주도 전체를 저탄소 녹색도시로 조성하기 위한 첫 단계로 가파도를 ‘탄소 없는 섬’으로 만들려는 구상이 수면위로 떠올랐다.
가파도에 신재생 에너지 자급체계를 갖춰 저탄소 녹색성장의 대표적 아이콘으로 만든 뒤, 향후 제주 전 지역을 ‘탄소 없는 섬’으로 구축해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는 세계적 환경도시로 구축한다는 복안이다. 2012년 제주에서 열리는 세계자연보전총회(WCC) 시에는 가파도를 참관 코스로 설정해 탄소 제로 시범관광지와 녹색 최첨단 기술체험의 장을 마련할 계획이다.
현재 제주도는 가파도에 ‘탄소 없는 섬’ 구축을 위한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세부 추진계획 수립에 나서고 있다. 기본계획을 보면, 먼저 전력부문에서 전력 부문에서 기존 300㎾급 디젤 발전을 태양광, 풍력발전 등 친환경 신재생 에너지로 100% 대체하게 된다. 올 하반기부터 전선 지중화 사업에 착수하게 되면 거미줄처럼 얽혀 있는 230여개의 전봇대가 사라져, 가파도의 확 트인 경관이 되살아나게 된다.
또한 자동차 부문에서 현재 9대에 달하는 전체 차량이 앞으로 전기 자동차로 단계적으로 교체된다. 주민생활 부문에서는 난방유 경유가 LPG로 교체되고 스마트미터기 도입 등 스마트그리드 시범모델이 구축된다. 끝으로 지역 활성화 부문에서 찬소 제로 시범관광지가 조성되고 관광업과 연계한 지역산업 활성화 방안이 추진된다.
제주도는 수려한 자연풍광의 청정 가파도를 세계적인 ‘카본 프리 아일랜드’로 구축함으로써 저탄소 녹색성장 모델의 수출상품으로 가꿔나갈 계획이다.
▲ 어촌 관광벨트화 클러스터도 동시 추진
최근 가파도에는 탄소 없는 섬 조성사업과 더불어 정부 차원에서 ‘가파․ 마라 어촌 관광벨트화 클러스터 조성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행정안전부 공모사업 일환으로 추진되는 이번 사업은 국토 최남단 가파도와 마라도에 어촌다움을 유지 보전하고 어업인들에 실질적 소득이 증대되는 방안을 마련하려는 게 사업취지다.
올해부터 2013년까지 가파도(15억원)와 마라도(10억원)에 모두 25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바다와 바람, 자연이 숨 쉬는 마을’로 조성하게 된다.
가파도는 현재 전체 인구 303명에 면적은 0.874㎢로, 섬 전체가 해안단구 지형으로 이뤄졌다. 풍부한 해산물과 보리와 콩 등이 재배되며, 매년 봄 청보리 축제와 제주올레길(10-1코스) 개장 등으로 최근 관광객들의 발길이 늘어나고 있다.
이번 관광벨트화 클러스터 사업계획의 가파도 권역의 주요사업 추진계획을 보면, 가파 올레길과 외곽도로, 해안 외곽길을 ‘걷고 싶은 자연의 길’로 정비하고 전신주 지중화 사업을 펼치게 된다. 또한 마을 곳곳에 방치된 폐가를 철거하고, 자생 수종 중심으로 숲 가꾸기를 추진함으로써 쾌적한 환경을 조성하게 된다. 장기적 추진전략으로 에너지 자립마을 ‘녹색섬’을 구현한다는 전략이다.
‘가파도는 사람이 풍경이다’라는 한 수필집 제목에서 보듯 사람 발길이 썰렁하고 때 묻지 않은 청정환경과 순박한 인심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가파도. 이제 가파도를 보물섬으로 가꿔 나가려는 시도가 추진되고 있어 추진방향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글 이현모, 사진 최미란 기자>
<이번 기획은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기금을 지원받아 연재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