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눈 가리고 아웅' 교통정책
서귀포 시내의 교통문제가 심각한 것은 어제 오늘의 아니다.
비좁은 도로에다 일방통행 도로가 많아 내비게이션에 의존하는 관광객들조차 헷갈리기 일쑤다. 시민들의 교통의식도 낙제점을 면치 못한다. 중심상권의 도로변에 불법 주정차가 성행하면서 단속경찰과 실랑이가 끊이지 않고 있다. 상인들마다 자기 가게 앞에 차를 장시간 주차하느라, 손님들은 주차공간을 찾아 빙빙 돌아댄다. 주객이 완전히 뒤바뀐 모습이다.
서귀포시 교통문제가 줄곧 도마 위에 오르는 데에는 행정기관도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도심 일대에 주차공간이 태부족하다는 시민들의 아우성에도 주차공간 확충 노력은 수년 째 뒷전이다. 교통관련 민원의 근본 해결을 위해 몇 년 전 시민 토론회를 개최한 적도 있다. 이를 계기로 유료주차제 도입, 사설 주차장 공영화 방안 등을 검토했으나 시장이 바뀌면서 유야무야 되고 말았다.
최근 서귀포시는 도심 주차난 해결을 위해 공영주차창 조성 방안을 내놓아 이목을 끌고 있다. 하지만 그 방안이란 것이 종전 주차장 용도로 임대해 온 사유지를 매입한다는 방식. 주차장 이외 여타 민간용도로 활용되는 방안을 예방하기 위한 취지라는 설명이지만, 시민들 입장에서는 피부로 와 닿는 변화가 하나도 없다. 오히려 행정당국의 눈 가리고 아웅 처사에 불만이 들끓을 조짐이다.
행정당국은 일부 유료주차 공간에 평소 여유 공간이 많다는 이유로, 주차 문제를 시민 탓으로 돌리는 경향이 여전하다. 하지만 작금의 시내상황을 보면, 관광객 증가에 따른 도심개발 여파로 주차공간이 야금야금 줄어들고 있다.
1호광장 일대의 드넓은 시민 주차장에는 제주재활센터 건축공사가 기약 없이 추진되고 있다. 당초 공영주차장 용도이던 옛 시외버스 터미널 일부 공간은 시외버스 회차지로 편법 임대되고 있다. 시내 곳곳의 자투리 주차공간마다 새로운 건물들이 속속 지어지고 있다. 시민과 관광객의 차량 이용은 꾸준히 늘고 있으나, 주차공간은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
꿈과 희망의 녹색 휴양도시를 지향하는 서귀포시에서 시민과 관광객들에 절망만 심어주는 교통 불편사례가 더 이상 지속돼서는 안 될 것이다. 외관 조성 위주의 가로경관 꾸미기에만 전념할 게 아니라, 시민들의 현장에서 겪는 고통을 체험하며 대책마련에 나서야 한다. 하물며 공영주차장 조성이란 미사여구로 시민들을 우롱하는 처사는 즉각 지양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