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카사 델 아구아, 철거가 능사인가
서귀포시 중문관광단지 내 컨벤션센터 앵커호텔 콘도미니엄 모델하우스인 카사 델 아구아의 존폐 여부를 놓고 논란이 한창이다.
이번 모델하우스는 멕시코 출신의 세계적 건축가 리카르도 레고레타가 지난해 세상을 뜨기 전, 유작으로 남긴 가설건축물. 2008년 설계 당시에는 일반인들의 별다른 관심을 받지 못하다 최근 보존가치가 높은 세계적 건축물이란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전국적으로 보존이냐, 철거냐를 두고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학계와 건축가협회 등은 제주의 자연환경과 어우러진 세계 건축계의 거장 레고레타의 대표작임을 강조하며 보존 필요성을 내세우고 있다. 우리나라의 자연을 멕시코의 감성으로 담아 낸 세계적인 문화자산으로 보존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최근에는 주한 멕시코 대사가 제주도와 서귀포시를 방문해 공식적으로 건물의 보존을 요청한바 있다.
하지만 각계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이번 건축물은 금명간 철거될 예정이어서 씁쓸한 뒷맛을 남기고 있다. 존치기간이 이미 종료된 데다, 해안선 100m 이내에 들어선 위법 건축물이라는 이유에서다. 법원에서도 불법 건축물 단속이란 원칙을 들먹이며 행정당국의 철거방침에 손을 들어줬다.
물론 법치주의 사회에서 불법 건축물은 철거한다는 원칙에는 누구든 동의하지 않을 수 없다. 건축물 시공회사 측에서 당초 가설건축물 조건으로 지었다가 이제 와서 영구보존을 요구하는 것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 시공회사 측에서 앵커호텔 매각가치를 높이기 위한 도구로 가설건축물의 문화예술 가치를 뒤늦게 부각시키려 한다는 의혹도 나돌고 있다.
그럼에도 이번 논란 과정을 지켜보면서, 이미 지어진 세계적 건축물을 우리 손으로 다시 뜯어내야 하는가라는 아쉬움이 솟구친다.
법적인 잣대로는 물론 철거해야 마땅하나, 세계적 건축물이 사라지는 그대로 지켜보기에는 감정이 쉬 용납지 않는다. 제주도가 세계자연보전 총회 개최를 계기로 세계 환경수도 도약을 꿈꾸고 있기에 더욱 그렇다.
사실 국내외 관광객들이 꾸준히 방문하는 제주도에는 수려한 경관을 제외하고는 세계적으로 내세울 만한 건축물이나 문화예술 작품은 드문 편이다. 문화예술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국내외 지자체들이 저마다 유명 건축물 유치에 앞장서는 마당에 남들이 탐내는 건축물을 스스로 헐어내려는 처사는 분명 문제가 있다.
제주를 대표할 수 있는 세계적 건축물을 법대로 철거하는 것이 과연 능사인지, 나중에 땅을 치고 후회하는 일이 없도록 좀더 차분한 여유를 갖고 해법마련에 나서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