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제15호 태풍이 남긴 것

2012-08-31     서귀포신문

제15호 태풍 볼라벤이 지난 27일과 28일 제주도를 강타하면서 막대한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제주도가 29일자로 잠정집계한 피해액만 100억 원대를 넘겼다. 양식장과 비닐하우스 등 1차 산업분야 사유시설에 피해규모가 큰 편어어서 가뜩이나 FTA 체제를 앞둔 농어가에 주름을 드리우고 있다. 다음달 7일까지 사유재산 피해신고를 접수하게 되면 피해 규모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이번 태풍은 역대 다섯 번째의 초대형 태풍이란 점에서 태풍 발생이전부터 전 국민을 불안에 몰아넣었다. 불과 3년 전, 태풍 나리의 악몽이 아직도 생생한 도민들로서는 태풍 나리에 비견되는 강풍의 내습 소식에 바짝 긴장의 끈을 놓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태풍은 섬 중심부를 비껴간 탓에 도민의 인명피해가 없어 태풍의 위력에 비해 피해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었다. 태풍 나리와 달리 폭우를 동반하지 않아 주택과 농작물 침수피해 등이 다소 적은 것도 그나마 다행이다.

민관의 철저한 사전준비도 태풍 피해를 어느 정도 줄일 수 있었다. 항만과 도로, 해변 등에 큰 피해가 발생했으나 예년에 비해 공공시설 분야의 피해는 다소 줄어든 편이었다. 3년 전 태풍 나리 당시의 교훈과 제15호 태풍 발생 직전에 이뤄진 을지훈련 효과로 나름대로 사전대책을 철저히 수립한 때문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이번 태풍에서 아쉬운 점은 전례 없이 전례 없이 대규모로 발생한 점이다. 이틀간에 걸친 정전과 그에 따른 수돗물 단수 등의 여파로 상당수 주민들이 불안에 휩싸이며 일상생활에도 큰 불편을 겪었다.

서귀포시의 경우도 상가와 병의원, 학교 등이 정전과 단수 파동을 겪게 된 사회적 손실은 수치로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이번 사태를 교훈삼아 한전의 시설 투자와 시민들의 자발적인 노력이 이어져, 현대문명사회에서 대규모 정전사태는 더 이상 재현되지 않아야 할 것이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문화재에 대한 보호 노력도 아쉬운 부분이다. 사람 발자국 화석의 경우 그동안 수차례 태풍피해를 겪으면서 원형 훼손이 가속화했으나, 근본대책 없이 이번 태풍에도 커다란 피해를 입고 말았다.

제주올레길도 사전에 태풍피해가 충분이 예상됨에도 제대로 손을 쓰지 못하는 바람에 장기간 전 노선이 폐쇄되면서 관광객 유치에 타격이 우려되고 있다.

이번 태풍을 계기로 공공시설에만 예방대책이 편중될 게 아니라, 사유시설이나 문화재, 관광자원 등에도 두루 대책을 마련해야 함을 유의해야 할 것이다.